이석호<내포취재본부장>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에도 27위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행하는 2016년 세계경쟁력보고서는 부패정도가 심한 11개 OECD 회원국에 우리나라를 포함시켰다. 공적자금의 불법화, 정치인들의 비윤리적 행태, 기업들의 뇌물 등 전반적으로 부패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정권마다 부패척결과 깨끗한 사회를 부르짖었지만 모두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반증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보여주듯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그릇된 길도 마다않는 비정상적 의식의 만연에서 부패 청산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소 늦어도 바른길을 가겠다는 생각보다는 탈·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빠른 길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게 잠재되어 있다. 정도(正道)를 벗어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용인하는 태도는 깨끗하고 공명한 사회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과 원칙, 윤리와 정의는 무시하고 그저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빗나간 사고방식은 모로 가는 길을 찾게 한다. 급행료가 등장하고 뇌물과 탈세가 버젓이 행해지는 것 모두 정도(正道)를 이탈한 행태들이다. 지름길로 가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피해의식에 은근슬쩍 부정한 방법을 선택하게 만들기도 했다. 70, 8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은 모로 가는 길을 어물쩍 용인하거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그릇된 의식 구조를 탄생시켰다. 경제성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기업들의 검은 거래나 불·탈법이 묵인되고 특정 인사나 기업들에 대한 특혜가 횡행하는 왜곡된 사회 구조도 만들었다. 이런 구조는 외적 성장을 앞당겼을지는 몰라도 사회 정의는 퇴보시켰다. 정도(正道)를 걸으며 바르게 살아온 서민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반면 지름길을 찾아간 약삭빠른 사람은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 깨끗하고 참된 경영을 추구해 온 기업은 근근이 기업을 꾸려 가지만 뇌물 등 검은 거래로 정치권과 유착된 기업은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정도(正道)를 걸은 국민과 기업들의 박탈감과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올바른 도리는 팽개치고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목적을 쟁취하려는 몰염치의 득세는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드는 망국병이 됐다. 편법과 꼼수가 정도(正道)를 눌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침몰시킨 사상 초유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도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다. 정의와 불의를 구분 짓지 못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에서 궤도이탈한 청와대와 그 주변에 빌붙어 사는 권력층들의 그릇된 행동이 국정농단의 단초다. 정상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비정상이 용인되는 사이 비선실세들의 마수는 아름아름 국정을 떡 주무르듯 농단했고 국격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한 비선라인들이 권력층에 기대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러 대는 통에 국민들은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감내 당해야 했다. 주권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1000만 개의 ‘촛불 바다’를 만들어 낸 것도 정도(正道)를 걷지 못한 무능한 정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다.

조금 늦더라도 바르게 가는 사회가 정도(正道)사회다. 정도(正道)는 답답하고 느릴 수 있어도 공정하고 떳떳하다. 모로 가는 길은 아무리 빠르다해도 아름답지 못하고 반드시 탈이 나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름이 옮음을 누를 수 없듯이 모로 가는 길은 정도(正道)를 이길 수 없다.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기 보다는 진실의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 문제해결의 가장 빠른 열쇠이다. ‘올바른 생각에는 사악함이 없다’는 사무사(思無邪)의 의미를 되새겨봄직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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