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태는 그동안 많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망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듭니다."

오리와 닭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자영업자들이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직격탄을 맞았다.

대목이던 연말 연초 모임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던 가게는 텅텅 비었다. 그런데도 피해를 하소연할 곳도 없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오리고기ㆍ삼계탕 전문점을 경영하는 A(43ㆍ여)씨는 7일 "삼계탕 매출이 (AI 발생 전보다) 3분의 1에서 4분의1 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오리고기는 아예 찾는 손님이 없고, 삼계탕을 드시러 온 손님도 AI를 상기하며 찝찝해하신다"며 "2014년에도 AI가 있었지만 그때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의 한 오리고깃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꼽히던 이곳은 특히 연말 연초 단체석은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붐볐다고 한다.

하지만, AI 파동 이후 대목이던 연말 연초 회식 예약은 줄 취소됐다. "텅 빈 가게에서 직원들이 어쩔 줄 모르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사장으로서 뭘 해야 할지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가게 주인 B씨는 하소연했다.

B씨는 "연말 연초 매출로만 따지면 지난해의 20%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닭을 살처분한 농가는 일부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보상은커녕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도 춘천의 명물 닭갈비도 된서리를 맞았다. 춘천 닭갈비협회에 따르면 AI 사태 후 닭갈비 가게 매출은 지난해의 3분의 1, 2010년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돼 충분히 가열하면 전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닭고기, 오리고깃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31)씨는 "특히 오리고기는 건강에도 좋고,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회식 때 자주 찾았는데, 지금은 회식때 오리 집을 예약하면 '뉴스도 안보냐'며 타박을 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닭과 오리 외식업소 9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곳이 AI 발생 이전인 10월 대비 월매출이 평균 5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통계에서 제외한 가게 30곳은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라 평균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힘들 것 같아 일부러 뺐다"며 "경남지역 AI 발생 농가 근처의 한 오리집의 경우 몇 주간 손님이 한 명도 찾지 않기도 했고, 강원도의 한 닭갈비 집도 매출이 0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닭은 삼계탕, 백숙 말고도 양념치킨 등 수요가 다양하지만 오리고기는 당분간 매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기에 대량 살처분으로 향후 오리고기 공급도 힘들어져 오리고기 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