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도전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진보-보수 진영을 넘어 ‘세종시의 정치·행정수도화’를 매개로 손을 맞잡고, 국회·청와대·대법원·대검찰청 등의 세종으로의 완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해 주목된다. [관련 기사 - 안희정·남경필의 도원결의?]

◆“세종시를 실질적인 정치·행정수도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 지사와 바른정당 소속인 남 지사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바로 세우자”라며 “권력 집중으로 비대해진 중앙권력 곳곳이 썩어들어 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선실세와 재벌, 검찰 등 중앙권력들이 만들어낸 참사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서울에 몰려 있는 권력과 부를 분산하는 것이다.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 등을 세종시로 완전하게 이전하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두 지사는 “대한민국은 현재 상체만 고도 비만인 환자와 같다. 팔·다리는 부실해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고, 신경과 혈관마저 굳어져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로서 한계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 여실히 드러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입법·사법·행정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일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둔해질 대로 둔해진 서울도 군살을 빼야 한다. 대한민국은 시대적 전환점에 서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미래를 향해 뛸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라며 “정치·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갈 추진력이 될 것이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보며 함께 힘을 모으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발표한 내용을 모든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 기수들의 이슈 선점 전략인가

‘50대 기수론’을 주도하는 젊은 정치인인 안 지사와 남 지사가 이처럼 세종시를 기반으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조기 대선 정국에 정치·행정수도 이슈를 선점, 여야 잠룡들의 각축장인 대권 구도에 어떤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함께 대선주자 지지도 수위를 다투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귀국(12일)이 임박한 시점에 이들이 세종시 이슈를 내세워 연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들어 반 전 총장과 충청대망론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안 지사의 적극적인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세력의 이른바 ‘제3지대론’과 맞물려 반대 진영에 서 있는 두 도백의 거리가 좁아진 것도 묘한 여운을 낳고 있다.

◆세종시-시민사회계 ‘환영’

이춘희 세종시장은 두 대선주자의 세종시 정치·행정수도화 공약에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지도자의 소신과 안목에 경의를 표한다. 꼭 실현되길 희망하며 25만 시민과 함께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성장하려면 세종시는 정치·행정수도로, 서울시는 경제·문화수도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신행정수도 건설은 개헌을 통해 되살려 내야 한다. 개헌은 시기상 문제일 뿐,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도 성명을 내고 “세종시 정치·행정수도화 공약은 국가 균형발전의 역사적 선언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정부부처와 청와대·국회가 이원화돼 있어 행정의 비효율성과 예산 낭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개헌 논의에 행정수도 내용을 포함시키고, 다른 대선 후보들도 이를 공약으로 발표해 국가 과제로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