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가재난 사례서 2년째 누락
"사안 민감"이유…올해도 빠질 듯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은 9일을 전후로 사회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전처가 국가재난 사례를 기록한 문서에 304명의 희생·실종자를 낸 중대 재난 세월호 참사를 고의 누락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국민안전처에서 제작해 지방자치단체 각 실과나 시·군에 배포하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 문서에 세월호 참사 관련 내용 누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 문서는 국민안전처가 제작해 지자체에 배포하며 지자체는 이를 시·군·구 등에 전파, 재난 예방과 홍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서 어디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재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1년이던 지난 2015년 ‘4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의 주요 재난사례에 ‘세월호 참사’가 누락된데 이어 지난해 4월 문서 주요 재난사례에도 이 같은 누락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4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에서는 강원도 양양 산불(2005년 4월 4일), 북한산 인수봉 낙석사고(2014년 3월 16일), 대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크레인 안전사고(2014년 3월 7일)등의 사건 사례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지만 304명의 희생·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에 관한 내용(2014년 4월 16일)은 없었다.

© 설인호 화백

이같이 세월호 참사가 누락된 배경은 지난 2015년 경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실무자와 해경 간 ‘세월호 참사 기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2015년 4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 문서에 세월호 참사 기록을 넣는 방안이 국민안전처 보고라인까지 올라갔지만 내부 회의를 거쳐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세월호에 대한 기록은 ‘사안의 민감성’등을 이유로 관련 문서에 기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4월에도 관련문서에 ‘세월호 참사 기록’을 넣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사안이 민감해 세월호 참사를 관련 문서에 넣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수습된 재난이 아니라 현재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 문서가 지자체에 배포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 부처에서 ‘세월호 참사’를 문서에 넣는 것을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국민안전처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등의 재난대응 역량의 한계로 출범했다는 것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세월호 참사 기록 누락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안산시 세월호 사고수습단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지역민이 피해를 입은 안산시에서는 세월호 사고수습단을 구성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시는 세월호 기록들을 백서 등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며 “정말 국민안전처가 (세월호 참사 기록을 누락했는지) 그랬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알아보고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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