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돈줄에 피 마릅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어요. 작년 11월에 세관에서 통과되지 못해 인천에 묶여있는 물건을 아직도 받지 못한 업체도 있어요. 운 좋게 세관통과를 한다 해도 3일이면 가능했던 일이 1~2주일씩 걸리니까 현금 융통도 어려워져서 여러 가지로 운영이 힘듭니다.”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가 확산되면서 중국 업체와 거래하는 지역 소상인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이 통관 과정에서 갖가지 이유로 문제를 삼으면서 거래선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경영상 위기를 맞는 소상인들이 늘고 있다.

대전에서 국내 브랜드 의류 구매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는 곽 모 (33·유성구 온천2동)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업체와 계약한 의류들을 보냈는데 세관 통관이 안 돼 한 달 이상 묶이면서 큰 고초를 겪었다. 문제가 복잡해지자 곽 씨는 절차가 비교적 수월한 EMS(우체국 국제택배)를 이용해 물건을 보냈지만 중국 당국이 별도로 세금을 요구해 그 자리에서 일부를 지불하고 물건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예전에는 배송물품, 총 무게 등만 적어 냈던 송장(Invoice·인보이스)도 브랜드와 가격, 섬유의 종류, 제질, 개수까지 꼼꼼하게 적지 않으면 통관시켜주지 않아 담당 직원을 한 명 더 고용하는 등 여러 모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곽 씨와 같은 영세 무역업자들은 중국과의 거래에 특화된 SF익스프레스 등 공식적인 국제택배 루트를 이용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비공식 물류업체를 이용해 거래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곽 씨는 “사드 논란과 맞물려 중국이 한국의 모든 업체에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불편을 주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인다”며 “배송이 까다로워지고 늦어진 만큼 고객 신뢰도는 저하되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을 미치는데 더 큰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의류나 화장품, 액세서리 구매대행이나 소규모 거래를 통해 중국에 수출하는 영세 무역업자들은 상품에 붙어있는 라벨을 떼고 일일이 다 재포장해서 보내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반품 조치를 당하거나 허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업체간 현금 결제가 늦어져 도산의 위험까지 겪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까지 담당하며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의류와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중간중간 화장품도 보내는데 예전에는 문제없이 통관됐던 물품들이 이유 없이 반품되거나 허가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몇 달씩 세관에 묶여있을 때는 현금 융통이 안 돼 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국제정세가 사업 운영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적은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최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는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유명 한국 화장품들로 밝혀졌다. 전례 없이 한국산 제품만 총 1만 1272㎏이 모두 반품 조치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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