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해 영광의 면류관을 쓰느냐? 복마전(伏魔殿)에서 매서운 가시밭길을 걷느냐?’

19대 대선의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였던 ‘반(潘)’이 드디어 상수로 변모한다. 10년간의 UN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반기문 전 총장이 12일 귀국, 조기 대선 정국에 새내기 정치인으로 첫 걸음을 떼기 때문으로, 거센 반풍(潘風)이 일지, 혹독한 검증 공세에 직면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관련 기사 - 베일 벗은 반기문 캠프 ]

◆소통으로 ‘국민화합·국가통합’ 리더십 강조

유력 대선주자로서 고국 땅을 밟게 된 그는 즉각 소통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대권 도전에 취약점으로 꼽히는 ‘국내 사정 파악’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12일 오후 5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반 전 총장은 일단 입국 과정에서 의전과 경호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직 국제기구 수장으로서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한 외교관으로서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의 귀국 일성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며, 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역대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14일부터 국민과의 소통 행보에 나서, 취약계층과 서민층, 청년층의 삶의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향인 충북 음성의 선영과 장애인복지시설인 음성꽃동네를 찾을 반 전 총장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전남 진도 팽목항,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이 깃든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 5·18민주묘지, 지난해 말 화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 등을 방문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로 여겨지지만, 설 연휴(27~30일)까지는 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정치 행보는 하지 않고, 당분간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는 중도·보수 진영과 두루 공감대를 형성하며 본인의 몸값을 최대한 올리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되며, 그를 영입하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에 대선 캠프를 차린 반 총장의 이도운 대변인(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은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시점, 신당 창당 여부 등과 관련해 “적어도 설 연휴까지는 그런 정치적 이벤트나 정국에 영향을 받지 않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앞으로 갈 길을 결정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귀국 맞춰 악재 터져 ‘난감’

한편,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설로 곤욕을 치른 반 전 총장이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서기 전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미국 사법당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씨와 조카인 반주현 씨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이들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복합빌딩인 ‘랜드마크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기상 씨 부자(父子)에게 적용된 혐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돈세탁, 온라인 금융사기, 가중처벌이 가능한 신원도용 등으로 반주현 씨는 뉴저지주에서 체포됐고, 반기상 씨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기문 때리기’에 나서 “심각한 자금 위기에 처했던 경남기업은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완종 회장은 정·관계 자금로비 리스트를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라며 “성 회장이 반 전 총장의 스폰서였다는 사실은 이미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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