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겐 '시작이 潘' 진보에겐 '검증이 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입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潘)의 귀환’으로 조기 대선전이 본격 점화되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은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한 구애 경쟁이 뜨겁고, 진보 진영은 그의 감춰진 이면을 들추려는 듯 검증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고 있다. 어찌됐든 2017년 벽두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 새내기 정치인 반기문의 ‘등장’은 그 자체로 대형 이슈가 됐다. [관련 기사 - 돌아온 반기문, 국민 끌어안기]

◆潘風이 현실로, 달아오르는 대권 링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대권 무대에 오르자 정국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일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지리멸렬해진 범여권과 보수 진영으로선 그토록 고대하던 유력주자가 현실정치에 닻을 올리며, 야권이 일방적으로 주도해 온 대선판에 메가톤급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반된 분위기 속에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화합과 통합을 제시, 기존 대선주자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제도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 채 10년 간의 국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고,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당분간 특정 정당에 몸을 싣기보다는 전직 국제기구 수장이자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부각하며 정치권 밖에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기 위한 행보를 하면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과 일부 중도 성향의 수도권·영남 의원들이 탈당해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이) 세력의 이른바 ‘빅텐트’, ‘제3지대’ 형성과 맞물릴 수 있어 주목된다.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두되는 반 전 총장과의 연대론, 정확히 20년 전 호남-충청이 손을 잡아 정권 교체에 성공했듯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DJP 연합처럼 이번에도 개헌이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혹독한 검증 ‘기름장어’ 걸러낼까?

반 전 총장이 먼저 넘어야 할 장벽은 자신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다. ‘빅텐트론’부터 ‘범보수연대’까지 모두 반 전 총장이 상수로 자리잡고 있어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할 것 없이 반 전 총장의 귀국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반 전 총장과 1·2위 지지율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증의 칼을 드러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기름장어’라는 별명처럼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설, 동생·조카의 뇌물죄 기소 등 자신을 향한 매서운 검증 공세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란 시각과 함께 그가 혹독한 검증에 굴복해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潘 행보가 충청권 與 의원 운명 좌우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모임(간사 정용기)이 오는 18일 예고돼 있어 이날 논의 결과에 따라 반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13명의 충청권 의원 중 현 원내대표인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 상당),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반 전 총장을 따라 행동을 같이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몇몇 의원들이 탈당해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세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단순한 이합집산으로 비쳐질 뿐 반 전 총장이 주요 가치로 내세운 ‘통합’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절하 될 수 있기 때문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손학규·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과 연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줄곧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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