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 방문한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AFP=연합뉴스]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낸 미얀마 인권 실태 현장조사에 나선 이양희(61·성균관대 교수)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14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관은 전날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 조사를 위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주도 시트웨에 도착했다.

이 보고관은 인종청소 논란의 현장인 마웅토 등지를 둘러보기에 앞서, 로힝야족 등 4천여명의 무슬림이 수용된 시트웨의 아웅 밍글라 무슬림 거주지를 방문하고, 현지 정계 고위 관계자들도 면담했다.

그러나 라카인주 최대 정당인 아라칸국민당(ANP)은 이 보고관의 면담 제안을 거절했다.

친 피 소에 ANP 부총재는 "유엔 측에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 그들과의 면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NP측의 면담 거부는 그동안 이 보고관이 로힝야족 차별을 비판해온 데 대한 반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 보고관은 지난해 6월 미얀마 방문 당시 로힝야족을 비롯한 무슬림에 대한 혐오 정서 확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미얀마군의 학살, 방화, 고문 의혹에 대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현지 불교도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 보고관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존재해왔다. 실제로 급진적인 불교 지도자는 이 보고관을 향해 '창녀'라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12일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보고관의 이번 미얀마 현장조사에서 난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9일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 간의 내전이 한창인 북부 카친주를 찾아 교전 지역인 라이자와 파칸트 지역의 난민 수용소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군 측은 안전을 이유로 이 계획을 불허한 바 있다.

한편, 라카인주에서는 지난해 9월 무장괴한에 의한 경찰서 습격사건으로 9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뒤, 미얀마군이 무장세력 토벌을 이유로 로힝야족 거주지를 봉쇄한 채 석 달째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주민들과 인권단체 등은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과 방화, 성폭행이 자행됐다고 주장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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