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이 많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568조9천억원(은행·중앙정부·비거주자 예금 제외)으로 1년 사이 19조8천억원 늘었다.

연간 정기예금 증가액은 2012년(20조4천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013년 12조4천억원 줄었다가 2014년에는 13조2천억원 늘었지만 2015년에는 다시 8조2천억원 줄었다.

정기예금은 가계나 기업 등이 일정 기간 은행에 돈을 넣어둔 뒤 이자를 받기로 약정하는 저축성 예금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오면서 이자가 크게 줄었음에도 정기예금이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49%(신규취급액 기준)에 불과하다.

정기예금 가운데 금리가 2.0% 미만인 상품은 99.6%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계나 기업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을 정기예금으로 은행에 넣어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특히 고객이 언제든지 돈을 인출할 수 있는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이자가 조금이라도 많은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투자 여건을 주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상품의 비중은 32%나 된다.

이런 현상은 시중은행들이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인 예대율 관리를 강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정기예금 증가는 예대율 관리를 위한 은행의 조달 확대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대율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 비율을 가리키며,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해 예대율을 10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은행의 원화 예대율이 2015년 4분기에 98.0%까지 상승하자 은행들이 지난해 정기예금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보인다.

예대율 관리에는 입출금 변동이 심한 요구불예금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정기예금이 낫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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