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플랜트 업종의 불황을 견디지 못해 공장이나 땅을 팔려는 중소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매물은 조선 기자재와 해양·석유화학플랜트 관련 중소기업이 밀집한 울산과 경주의 공단에서 쏟아진다.

14일 공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울산과 온산국가공단에서 70∼80개, 경주 외동공단에서 40∼50개의 공장이 각각 매물로 쏟아졌다.

조선기자재와 해양·석유화학 플랜트 관련 업종이 전체 입주기업의 90%를 차지하는 온산공단에는 총 301개 기업 중 10%인 30곳이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선박 블록이나 석유화학 구조물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다.

이들 기업은 불황으로 2년 넘게 수주난에 허덕이다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경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 매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블록 제조업체인 P사는 7, 8개월 전부터 3개 공장 중 2개 공장(14만㎡)을 매물로 내놨다.

Y사, S사 등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장용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물이 넘치다 보니 공장용지 가격이 최고 25% 정도 내렸으나,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선박블록 제조나 플랜트 업종은 대형 부품을 제조·보관하는 특성상 공장용지가 1만㎡∼10만㎡로 넓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부지를 쪼개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울산의 다른 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구 용연공단에는 플랜트 관련 중소업체 3∼4곳, 남구 여천공단에는 기계가공업체 4∼5곳이 각각 매물로 나왔다.

자동차부품업체가 몰린 북구 중산·매곡·효문공단에도 각각 10여 개의 공장이 매각을 추진한다.

울산과 접한 경주 외동의 문산공단과 석계공단 등지에는 조선과 자동차, 기계부품 업종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이 몰려 있다. 대부분 울산의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

대기업의 경영악화로 수주난이 심화하자 공장을 팔려는 중소기업이 40∼50개나 된다.

공장이나 부지 매각이 쏟아지는 것은 경기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동안 산업단지가 과잉 공급된 탓도 있다.

울산과 경주에는 한때 조선과 자동차 경기 활황을 타고 공단 조성 붐이 일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공장용지 가격이 기존의 공단보다 싼 30여 곳의 중소 공단이 새로 조성되면서 공장 이전이 활발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 등은 공단 공동화(空洞化) 현상마저 우려된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1960년대부터 공단이 조성된 울산은 공장용지가 모자라 바다를 매립하기까지 했다"며 "경제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공장 매물이 쏟아질 정도의 불황을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과 플랜트 업종의 경기악화가 심화하고 최근에는 자동차, 기계부품 업종까지 부진하다"며 "조선, 자동차, 화학 등 기존 산업을 고도화·첨단화하고 신성장 동력이 될 4차 산업으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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