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출입기자회 "현장취재 막는 어떤 움직임에도 반대"
비서실장 내정자 "더 넓은 공간 확보하려는 뜻…결정된 건 없어"

▲ 트럼프와 라인스 프리버스[AP=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백악관 밖에서 뻗치기(대기)를 하며 출입자들에게 정보 조각을 구걸하던 1890년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곧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기자실을 백악관 밖 옛 행정부 청사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매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전 예상 건물로는 백악관 건너편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EEOB)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실제로 백악관 기자실 이전이 실행된다면 기자들이 백악관 내에서 관리들을 밀착 취재할 수 있도록 해놓은 지난 수십 년간의 관행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트럼프가 출입기자들을 야당으로 만들려 하는가'라는 기사에서 "그가 언론을 과연 어떻게 다룰지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워싱턴 기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습공격"이라며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한 데서 나타났듯이 언론을 무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을 과거의 암흑기로 되돌려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출입기자회의 제프 매이슨 회장(로이터)은 "언론자유를 침범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면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를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려고 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보좌진을 상대로 한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현장취재를 막는 어떤 움직임에도 강경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과거 웨스트윙 수영장이 있던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기자들은 경호원 저지 없이 백악관 대변인실에 접근해 관리들을 상대로 취재하거나 환담할 수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언론 반발이 거세지자 한 발 물러서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리버스는 NBC·ABC방송에 나와 "그건(이전 문제) 결정되지 않았다. 오로지 논의한 것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을지였다"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을 떠올리며 "백악관보다 4배 이상 많은 인원을 회견장에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97~1901년 재임한 윌리엄 매킨리 행정부 때부터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이 허용됐고 그 이후로는 백악관 기자실의 존재가 당연시됐다.

트럼프 공보팀은 전통적인 매체 외에도 라디오 토크 출연자와 보수적인 블로거 등을 백악관 웨스트윙에 초청해 기존 관행을 흔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기자회견장에 보수 논객과 친(親) 트럼프 미디어를 두껍게 포진시키려는 전략이다.

그들의 언론관은 뚜렷해 보인다. 스파이서 대변인 내정자는 '트럼프 X파일'을 언급한 CNN과 버즈피드 보도에 대해 "통탄할 일이자 감정적인 처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모두 8명의 대통령을 바꿔가며 백악관을 출입한 경력이 있는 밥 시퍼 CBS 앵커는 "그들에 관한 모든 단어를 통제하려는 정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라며 "대중이 용인한다면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성향 논평가인 캐서린 파커는 트위터에 '파시즘'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여기 우리가 간다. 첫째 기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라"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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