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비서팀장·전 대전일보 기자

요즘 연초 모임이 잦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참석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사하는 분야에 상관없이 토로하는 심정이나 수준이 비슷비슷하다. 한 모임에서 참석자가 현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릴까라는 제의에 저마다 상실의 시대, 진실의 시대…등등 매우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이 중에서 ‘절벽의 시대’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이 말이 유독 필자의 마음을 흔든 것은 교육계의 현 상황을 극명하는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절벽의 시대를 절감하고 있다.

먼저 대졸 취업자 절벽의 시대다. 요즘 대학생 중 30%는 취업 불안으로 보통 1년 정도는 휴학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다. 대학 5학년이라는 말이 흔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0% 초반으로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업자 100만 명 중 45만 6000명이 대졸자다. 전체 실업자 2명 중 1명이 대졸자인 것이다. 문제는 경기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 대졸 실업자의 증가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도 당장 해소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취업난 고착화를 부추기고 있다.

둘째, 학령인구 절벽의 시대다. 대한민국의 교육계는 만성화된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올해 진행될 2018학년도 대학입학자원은 50만 명이다. 이는 대학정원보다 1만 명 가까이 적다. 처음으로 역전현상을 맞게 된 것이다. 대학입학자원 감소 추세는 2020년에 40만 명대에 접어들고 2023년에는 30만 명대로 추락한다. 입학정원 2000명 수준의 중규모 대학 50개는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학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국 초·중·고교 중 310곳은 당장 통폐합돼야 할 상황이다. 물론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에 맞춰 학교를 통폐합하고 정원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계는 기존의 틀에 갇혀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한계점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절벽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그 해답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4차 혁명에 맞춰 발 빠르게 교육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소프트웨어(SW)나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에듀테크’(edu-tech) 학습기법을 접목시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습자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학습방식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만도 1000개 넘게 성업 중이다. 미국 에리조나주립대학(ASU)는 파격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학은 개인별 상호작용 학습법인 ‘적응학습’ 프로그램과 집에서 사전학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토론하는 ‘플립러닝’(거꾸로 수업) 강의시스템을 도입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개념의 대학 모델인 ‘미네르바대학’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1년에 설립된 이 대학은 캠퍼스와 강의실도 없지만 하버드대학보다 입학경쟁률이 높다. 학생들은 6개국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100%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는다. 유명교수들로부터 주제를 받으면 토론과 협업을 통해 과제를 수행해 나가고, 1년에 한 번은 다른 나라에 있는 기숙사로 옮겨 살며 학습한다.

이처럼 세계는 교육혁명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혁명의 핵심은 협업과 토론, 융·복합에 익숙한 창의성을 가진 학생을 키우기 위해 최적화된 수업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이다. 이 핵심과제를 풀어해야만 우리나라 교육계가 절벽의 시대를 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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