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텃밭 부산 방문 시민과 스킨십
17일부터 봉하마을·팽목항 찾아
개헌고리로 反文 연대 나설지 주목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6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작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귀국 후 발 빠르게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보수에 갇혀 있는 이미지를 벗고 외연을 확대하고자 ‘좌향좌’ 행보를 본격화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제3지대에 기반을 둔 정치권의 ‘새판짜기’ 시나리오가 난무하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 세력간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고, 반 전 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진다.

◆봉하마을-팽목항-5·18묘지로 ‘左向左’

16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수주절벽’과 세계시장 불황으로 지난해 최악의 업황을 맞았던 조선업계 현황을 살펴본 반 전 총장은 최대 대권 경쟁자로 부각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텃밭 부산으로 이동해 UN기념공원에서 대학생들, 국제시장에서 상인들과 스킨십을 갖고 바닥 민심을 훑었다.

반 전 총장의 ‘좌향(左向)’ 일정은 17일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호남으로 발길을 돌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향한다. 18일에는 광주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조선대 학생들과 토론을 갖기로 해 호남 민심이 그를 어떻게 맞아줄 것인가에 이목이 쏠린다.

이처럼 보수 색채 희석에 나설 반 전 총장은 19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대전 대덕산업단지를 들려 첨단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귀국 후 대전시민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反文연대’ 주도해 제3지대 선점?

한편, 반 전 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한다면 ‘빅텐트론’, ‘제3지대론’에 근거한 정계 개편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그가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공감대가 커지며 정계개편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 논의에 맞서 범여권은 이념 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를 매개로 반 전 총장을 끌어들여 빅텐트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의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만 경선 경쟁력을 갖춘 당내 대선주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거는 듯한 분위기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말씀하신다”라고 언급하는 등 반 전 총장을 향해 공개 구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대권주자를 보유한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만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반 전 총장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빅텐트 성패는 潘에 달려?

공론화가 시작된 제3지대 빅텐트론이 현실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느냐를 가를 관건은 결국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달려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현재 특정정당에 적을 두지 않은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가 탄력을 받고 지지율이 올라갈 경우 그를 중심으로 여야의 ‘헤쳐모여’가 가속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지부진하다면 관련 논의가 응집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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