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부여군수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여러 원인 중 공무원 조직의 오작동, 일상화된 무능과 무책임이 국가적 재난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혼이 비정상인 관료들’, ‘우주의 기운이 돕는 정부’라는 풍자 속에 작금의 공직자의 위상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시스템 붕괴는 다름 아닌 국가적 위기다. 공무원의 책임이 크다. “공직자들은 타성과 이기주의로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생존한다”는 미국 하버드대의 토머스 패터슨 교수가 지적한 관료주의 문화로는 오늘의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눈치 보기와 몸 사리기는 해법이 아니다.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더 이상 공직사회의 동요는 있어서는 안 되며 이번 기회에 공직에 만연한 적당주의, 보신주의를 일소해야 한다.

고금통의가 전하는 공직관의 핵심은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라는 대의명제 아래 국가의 이익을 창출하고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해 나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권한을 믿고 맡긴 국민에게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당대가 아닌 후대를 보고 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것이다. 다음 세대가 그 징검다리를 밟고 희망과 발전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선점하고, 맡은 바 일에 프로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완장문화를 탈피하여 국가 발전과 국민행복을 책임지는 공인(公人)이라는 투철한 공직관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특히, 행정의 공평성과 객관성이 중요하다. 한비자는 “법은 목수가 나무를 재단할 때 쓰는 먹줄과 같다. 법은 어떤 귀함도 없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변칙과 반칙이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되면 사회에서는 도덕이 사라지고, 기강이 무너지며 정의가 사라지고, 질서가 무너진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벼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 할 외(畏), 한 자뿐”이라며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했다.

역사의 법정에는 공소시효(公訴時效)가 없다. 정권의 부침을 넘어 할 일은 하고 지킬 것은 지키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소명의식으로 충만하고 본분을 잊지 않는 다수 공무원들이 있어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권력을 사유화하는 환관 같은 공직자들의 일탈과 비리가 없어져야 한다.

청렴하고 영혼 있는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권력의 향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공무원 시스템을 통해 이겨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온다. 작게는 내 일과 일상에서부터, 크게는 사회 전반의 현상에까지 나부터 먼저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이 사회의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詩)에서 조동화 시인은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노래했다. 나로부터 시작된 변화가 마중물이 되어 결국 변화의 큰 물결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도 경세유표(經世遺表) 서문에서 “명철하고 슬기로운 관료들이 앞 세대의 성과를 이어 보다 발전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공직자부터 앞장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보자. 머지않아 긍정의 에너지가 공동체 전체로 전파될 것이고 희망은 어느 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최소한 역량 있고 깨어 있는 대다수 직업공무원이 버티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은 오늘을 넘어 내일도 그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우 부여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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