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선재미술관 등 국공립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타 지역사람들은 지리적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찾아가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의 형편도 유사하지만 우리처럼 주요 문화시설이 대부분 서울에만 편중된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러한 문화시설의 서울 편중은 사회균형발전에 크게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사회의 인재는 창의성과 감성적인 역량 등과 같은 소프트 역량이 필요하기에, 이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 또한 부족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대규모 미술관들을 지역으로 분산 건립시킬 뿐 아니라 현재 문은 열고 있으나 정상 운영이 안 되는 기존 지역문화시설들의 재정비와 정상 가동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수 미술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프라는 예술사적 가치가 높은 소장품의 유무와 건출물의 인지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공공미술관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에 존재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이응노 화백의 주옥같은 작품과 예술성이 뛰어난 로랑 보두엥 (Laurent Beaudouin)의 건축물로 만들어진 이응노미술관은 서울뿐만 아니라 타 도시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미술관이다. 지난 2007년 개관한 이응노미술관이 작가미술관으로서의 국제적인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점과 대전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증가된 관람객 수, 국내외 언론의 긍정적인 평가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근 신수장고 개관은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 관리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해외 선진미술관의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로, 국내외 작가미술관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은 그 어느 미술관보다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특히 신수장고의 최신 설비는 소장품 관리의 만전을 다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미술관 수장고는 작품의 수집, 연구, 보존, 전시라는 미술관의 기본적 기능 수행을 위한 장소로 미술관의 심장 같은 곳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수장고 관리보다는 가시적인 성과가 크게 보이는 전시운영에 비중을 두었다면, 점차적으로 소장품 관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작품의 원형을 시간으로부터 혹은 환경 변화로부터 지켜내려는 미술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시장의 전시 작품들을 온도와 습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바로 수장고의 중요성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장고에서 안전하게 보관되는 소장품을 대상으로 미술관은 주로 연초에 소장품 전을 개최하고 있다. 미술관의 성격을 좌우하는 소장품, 미술관의 꽃이라고 불리는 소장품, 바로 소장품 전이 미술관의 대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연초에 시작하는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 전은 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을 특정 주제 및 분류에 따라 배치해 이응노 예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올해는 돌, 나무, 종이 세라믹, 패브릭 등 재료를 중심으로 이응노의 작품을 조망하는 ‘돌, 나무, 종이’ 전을 마련했으며, 이 전시를 통해 이응노가 즐겨 사용했던 재료를 중심으로 작품이 가진 물성과 마티에르를 통해 이응노 예술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1965년작 ‘마스크’와 1963년 문자추상 회화 ‘옥중에서’는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신소장품이다.

우리나라 관람객들은 이응노 화백의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대전까지 오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서울에 집중된 주요 미술관들의 문제를 생각하면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에 위치하고 있음은 너무나 다행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2017년 이응노미술관은 대전 시민의 뜨거운 사랑과 격려 속에서 더 큰 미술관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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