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박사

우리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만큼이나 시도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후회한다. 가보았던 길에 대한 회한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중 어느 쪽의 심리적 부담이 더 클까?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와 “널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사후가정사고(事後假定思考) 중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소냐 루보머스키나 닐 로즈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말까, 그 선택이 망설여질 때는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라고 권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시도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미 한 행동은 시도하지 않은 행동보다 합리화하기가 더 쉽다. ‘경험은 실패를 잘 포장한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어리석은 실수가 결국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퍽 능숙한 존재이다. 또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만회하려는 노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녀에게 프러포즈한 것이 정 후회된다면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때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안타까워해야 할 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둘째, 어떤 행동을 한 이후에 느껴지는 후회는 날이 갈수록 희미해진다. 과거는 흘러갔고, 시간은 약이니까.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쉽사리 풍화되지 않는다. 그 회한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아물지 못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

셋째, 하지 못한 일의 잠재적 결과는 해 버린 일에 비해 비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어 “내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었더라면, 이러저러 하게 되었을 텐데”라는 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반면 내가 저지른 실수와 그 결과는 이미 확정되어 있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저질렀다 하자. 그것이 과연 1년 뒤, 7년 뒤, 20년 뒤에도 중요할까? 고작해야 그것은 “그때 그랬었지”라며 웃어넘길 에피소드로 남거나, 점점 퇴색되다가 결국 기억으로부터 밀려나게 된다.

넷째, 자이가르닉(Zeigarnik) 효과 때문이다. 자이가르닉 효과, 즉 무언가를 완결 짓지 못했다는 미진함은 ‘물방앗간에서 단 한 번 정을 통한 처녀를 평생 그리워하는 허생원’에게서 보듯이 그 일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도록 한다. 기회가 있었지만 시도하지 않았었다는 아쉬움은 그 일을 간간이 기억으로 불러들이곤 한다. 반면 이미 저지른 실수는 다 끝난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화석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수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생각을 바꾸는 것뿐이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현재의 시각을 바꾸면서 자신의 행동과 상황에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이 체계는 이제는 손댈 수 없는 과거의 행동을 재해석하고 뇌 속의 현실을 재구성함으로써 기분을 달래주는 것이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부정적 경험을 빨리 내보내고 긍정적 경험은 오래 간직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저지른 실수에 대한 후회’라는 불쾌함이 기억으로부터 더 빨리 떠밀려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행동에 대한 후회’는 ‘무시도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심리적 면역체계를 작동시킨다. 그 결과, 우리가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시도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그 당장에는 분명히 지각되지 않는다 해도, 때때로 군불을 지피면서 뭉근히 지속될 수도 있다.

새해와 설날 사이에 있는 1월 중순! 문득 뭔가를 결행하기에 참 좋은 시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일, 마음 가는 일, 미진한 일을 끄집어내 행동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YOLO(You only live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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