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자가 지난해 3분기 기준 170만 명을 돌파했다. 분기당 약 5만 명씩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연내 저축은행 대출자는 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대출자는 172만 224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12%, 19만 9806명이 증가했다.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2002년(183만 6232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저축은행 대출자는 2003년부터 점차 줄어 2007년(88만 9854명)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2010년 4분기(103만 4740명)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대출자가 다시 증가하는 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정부의 규제와 맞물려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자의 2금융권 쏠림현상이 나타난 게 큰 이유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상환하고 대출자의 자격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선진화가이드라인을 제시(2월 수도권, 5월 지방 적용)했는데 이로 인해 자격이 미달된 대출자가 저축은행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 또 고금리 대출을 막기 위해 내놓은 금리 10~15%인 중금리대출상품이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활발히 출시된 것도 저축은행 대출자 증가에 한몫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저축은행 대출자는 증가폭이 더 커져 연내 2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규제가 점차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태도가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거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9로 집계됐다. 부채 급증의 원흉이 된 주택자금 대출태도지수는 -30이었으며 가계일반 대출태도지수도 -10이었다. 대출태도지수는 낮을수록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가계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시중은행에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져 가계대출이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의 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서민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은 적절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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