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중구, 제일극장거리 상가발전협의회 등이 18일 MOU를 체결하고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떠나는 현상을 방지하기로 했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둥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 협약을 통해 거리가 발전해도 기존 상인들의 내몰리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한편 침체된 제일극장거리가 활성화되는 등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날 협약에서 이 거리 건물주 43명은 임대료를 3년간 동결하고 이후 3년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맞춰 임대료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6년 후에는 향후 조직될 운영위원회가 주변 임대료 시세를 고려해 증감 여부를 적용함으로써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떠나는 현상을 방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임대·임차인들은 주차·청소·쓰레기배출·방범 등에 적극 협조함은 물론 원도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창업에도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다짐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원도심 상권의 중심이었던 제일극장거리는 공동화 현상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약 60%였던 건물 공실률이 지난해 말에는 80%에 이를 정도로 크게 낙후됐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올해 6억 원을 투입해 이 거리를 케미스트리트로 만들 계획이다. 케미스트리트는 ‘7080’ 도심을 구현해 라이브 영화촬영 세트장을 마련하고 세계음식문화테마거리를 조성하는 등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번 협약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려 임차인이 떠나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건물주들은 둥지 내몰림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침체된 상거리를 살리기 위해 임대료안정화협약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고 사실상 전국 최대 규모의 협약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협약이 계기가 돼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가 상생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번 협약이 건물주들의 자발적임 참여 속에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지만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협약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보완장치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협약이 성공을 거둬 제일극장거리가 옛 명성을 되찾는 가운데 주변 상권으로 확산돼 대전 원도심 발전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대전시와 중구 등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건물주, 임차인의 성실한 협약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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