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갯속에 갇힌 느낌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탄핵 국면은 국민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개입과 헌정유린이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반대로 관련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헌재심판, 특검, 관련자 재판 과정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을 비롯해 핵심 관련자들의 증언 태도 등이 너무도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른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뉴스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핵심 관련자들의 문답법이긴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권력의 핵심에 있던 관료 중 그 누구도 진정한 사과와 사퇴를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국가의 최고 공직자들이 자신의 책무와 관련 이토록 무책임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 1000일이 지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기억이 또 다시 회자됐다. 1000여 일 전의 기억이지만 국민들은 2014년 4월 16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304명의 희생자가 배와 함께 침몰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골든타임 시간에 왜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계속 머물러야 했는지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박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당일 몸이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 집무실로 뛰어가 직접 구호조치를 취하는 게 상식이다. 세월호 사건 발생 7시간 후가 아닌 보고받은 즉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어야 했다.

지난 연말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 사건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다. 1000만의 촛불이 켜지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에 국회는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의 요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실체적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국민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내몬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재구성, 굴욕적 위안부 협상 철회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다. 사드배치 반대와 언론장악 적폐 청산, 고 백남기 농민특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재벌개혁, 박근혜 표 노동정책의 폐기 또한 청산해야 할 과제다.

적폐 청산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 정치권이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만을 거론하며 권력구조 개편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국민의 뜻은 다르다.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의 한 부분일 뿐 전체가 될 수 없다. 과거 유신체제와 80년 군부독재 체제의 한계를 그대로 담고 있는 현행 87년 헌법 체계는 이들 잔재를 지우고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유신, 독재의 잔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입법부의 견제 기능 등을 마비시키는 조항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조기대선 일정에 쫓겨 성급하게 개헌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개헌 과정은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동의하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국민의 뜻이 구현될 수 있는 권력구조가 무엇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 될 수 있도록 정당제도, 선거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아울러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지방분권형 개헌이 논의 되어야 한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개혁은 국민의 뜻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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