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영화 '친구'의 포스터 문구)고? 아니다.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무서울 게 많은 XX였다."

여기, 남들이 보면 꽤 한심하고 유치하지만 (특히 셋이 뭉쳤을 때!) 자기들끼리는 꽤 진지한 세 청춘이 있다.

먼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숨 쉬는 것이 목표인 치호(김우빈).

특기는 '여자 꼬시기'와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기'인 치호는 용돈을 끊겠다는 부모의 선언에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거냐"며 바닥에 벌러덩 누워 떼를 쓰는 철없는 백수다.

밤에는 클럽에 가고 아침에 잠이 드는 '아침형 인간'인 치호의 새로운 목표는 올해 안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치호와 달리 만화가라는 명확한 꿈을 가진 동우(이준호)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재수생이다.

아들 몰래 통장에서 돈을 빼 쓰는 예쁘지만 철없는 엄마와 공부 잘하는 동생, 한참 나이 어린 쌍둥이 동생을 둔 동우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연애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처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경재(강하늘)는 다른 꿈이 생길까 봐 아예 대학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던,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엄친아'.

술에 취하면 180도 변하는 경재는 대학 선배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는 사실 2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들 셋이 모여서 하는 얘기라고는 기껏해야 여자를 어떻게 꼬실 수 있을까, 여자와 어떻게 잠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정도다.

"책임감 있는 선택이 불가피한" 나이이자 "인생의 분기점"이기도 한 스무살.

영화 '스물'은 뭐든지 다 해도 좋은 나이라며 남들은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연애도 꼬이고 인생도 꼬여 힘들고 답답한 나이, 스무살을 함께 보낸 동갑내기 세 청춘의 얘기를 그린 코미디다.

'과속스캔들'·'써니'·'타짜-신의 손' 등의 각색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과는 동명이인인) 이병헌 감독이 첫 상업 영화 연출을 맡아 특유의 감칠맛 나는 대사로 관객을 웃기고 또 웃긴다.

실제로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웃느라 NG가 수차례 났을 정도라고 한다.

세 주인공은 마치 맞춤 옷처럼 각자에게 꼭 들어맞은 캐릭터를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김우빈은 전작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한없이 가볍고 엉뚱한 매력의 치호로 분했다. 긴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용돈을 달라고 보채는 모습은 철부지 치호 그 자체다.

'쎄시봉'·'순수의 시대'에 이어 연달아 주연을 맡아 상반기 충무로에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강하늘은 거침없이 망가지며 또다시 연기 변신을 꾀한다.

'감시자들'(2013)의 감시반 에이스 다람쥐 역으로 꽤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스크린에 무난하게 데뷔한 그룹 투피엠(2PM) 출신 이준호는 "페이소스가 담긴 얼굴"(이병헌 감독)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세 주인공의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웃기지만 영화는 치호가 읊조리는 시나리오 '꼬추 행성의 침공' 등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크고 작은 웃음 폭탄을 계속 터뜨린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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