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신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서 발생한 화재 초기에 서울메트로가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시 5분 이내에 초동조치를 완료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당 열차를 탔던 승객들은 사고 당시 열차 내 안내방송에서 대피하라는 내용이 없이 "큰일이 아니니 기다리라"는 취지로만 말했다고 했다.

열차 앞쪽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창문 밖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직접 비상 코크 레버를 돌려 열차 문을 열고, 안전문(스크린도어)을 밀어 자력으로 대피했다.

해당 열차에 타고 있었다고 밝힌 한 승객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안내방송에서 잠시 단전이 됐다며 기다려달라고 하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멈췄다"며 "밖에선 연기가 나는데 안내방송에서는 '큰일이 아니니 기다려달라' 했다"고 서울메트로의 안전조치를 비판했다.

다른 승객도 연합뉴스 통화에서 "열차에서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듣지 못했다"며 "연기가 나서 승객들이 직접 비상문을 열고 나와 대피한 이후 불꽃이 튀는 화재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화재로 지하철이 불에 타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연기가 많이 나면 자칫 질식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서울메트로가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하철은 노약자들도 많이 타는 대중교통 수단임을 고려하면 승객의 질식위험이 더 클 수 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인터넷 댓글에서 "내 친구가 직접 비상문을 열고 할머니를 업고 나왔다고 한다"며 "안전에 이상 없다고 안내방송 했다는데 안전조치를 제대로 안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차량 뒤쪽에 타고 있던 승객은 연기를 직접 보지 못해 대피도 늦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당시 열차가 10칸 중 9칸만 역사 내에 진입한 상태여서 10번째 칸에 타고 있던 승객은 사고 상황을 알 방법이 없었다. 이들은 나중에 대피 방송을 듣고 9번째 칸으로 이동해 열차 밖으로 대피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처음에 기관사가 차장에게 '기다리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지시했으나 오전 6시30분에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대피 안내방송을 하라고 재차 지시했다"며 "차장이 대피 안내방송을 6시31분에 했고 방송 이후 차량을 살피며 그때까지 열차 내에 있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1차 방송에서 "차량 하부에서 연기가 발생으로 조치 중에 있으니 안전한 열차 내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했으나, 2차 방송은 "열차에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즉시 출입문을 열고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대피 안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피방송이 나온 시점은 열차 앞쪽 승객 대부분이 이미 자력으로 대피한 이후였다.

이 화재로 지하철 2호선은 약 50분간 운행을 멈췄고, 운행재개 이후에도 승강장이 연기로 뒤덮인 탓에 약 30분간 잠실새내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한편 해당 열차는 화재 15분 전 강변역에서도 단전 사고를 겪었으나 서울메트로는 전기를 다시 공급하는 급전조치를 통해 열차가 작동하자 운행을 재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는 강변역에서 발생한 단전 사고와 잠실새내역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안전불감증' 논란과 관련해 "사고 발생 시 5분 이내에 초동조치를 완료하게 돼 있는 매뉴얼에 맞춰 신속히 대응했다"며 "승객들이 먼저 화재 사실을 인지하고 대피한 사례"라고 해명했다.

/주홍철 기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