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이번 설 연휴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축산농가 등 민관군이 연휴기간동안 AI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 AI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0시 현재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271만 마리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피해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충남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해 11월 23일 아산에서 처음 발생이후 지금까지 총 57건의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주변 농가를 포함해 117개 농가에서 가금류 598만 마리가 살 처분되는 피해를 입어야 했다.

이같이 전국으로 확산일로였던 AI는 지난 10일 이후 추가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등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잘 관리만 하면 극심한 피해를 안겨준 AI의 종식도 멀지 않았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렇지만 설 연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AI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고병원성인데다 전염력이 강해 인구 이동에 따라 확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차량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실시하고 주요 역과 터미널 등에 발판 소독조를 설치해 바이러스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AI로 가금류의 살 처분이 늘어나면서 매몰지도 많아져 이에 대한 관리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 조성된 매몰지는 430곳에 달한다. 이 중 구덩이를 파 바닥에 비닐을 깔고 동물 사체를 묻은 뒤 그 위에 흙을 덮는 일반 매몰 방식으로 살 처분된 매몰지가 169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곳의 경우 매몰지에서의 침출수 유출과 악취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워낙 짧은 기간에 AI가 급속히 확산되다보니 매몰지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다져볼 여유가 없이 급하게 살 처분이 진행되면서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르지 못한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이런 곳에 대해서는 정부가 면밀하게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 문제가 없었던 곳도 해빙기를 맞으면 환경오염 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점검과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번 AI가 확산된 것은 정부 등 당국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다는 각오 아래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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