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스티브 잡스는 펩시콜라의 탁월한 CEO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스컬리는 거절했다. 당시 잘나가던 펩시의 CEO로서 자리를 옮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잡스는 설탕물 돌직구를 던졌다. 스컬리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충격에 빠졌고, 잡스의 제안을 수용해 애플의 CEO가 됐다.

이후 잡스와 스컬리는 애플의 성공을 위해 잘 협력해나갔을까? 아니다. 스컬리는 애플을 쇠락시키며 실패한 CEO로 추락했다. 이 와중에 버티려는 스컬리와 몰아내려는 잡스는 충돌했고, 둘은 친구에서 원수가 되었다. 결과론이지만, 스컬리는 펩시에서 애플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애당초 잡스를 만나지 않았어야 했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스컬리는 잡스와는 다른 길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잡스와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이들이 불행했다는 것은 그에 대한 찬사에 비춰볼 때 아이러니다. 잡스는 스스로 중요하다고 고집한 하나를 위해 나머지는 다 버릴 수 있는 ‘용맹한’ 사람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설명하는 코드는 몇 가지가 있다. 천재성, 융합(스스로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썼던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이란 말처럼), 디자인, 열정, 엔드투엔드 통합 등등. 그러나 핵심은 영적인 코드라고 본다. 잡스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은 그의 삶 속에서 가장 깊이 영향을 미친 것, 바로 영적 편력이다.

그는 천부적인 디자이너이며, 탁월한 마케터인 동시에 명상과 참선에 심취한 종교인이었다. 환각이 정신세계를 확장하고 풍요롭게 해준다고 믿고 정기적으로 LSD를 했고,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였다. 잡스의 뒤늦은 결혼식은 일본 선불교 승려이자 그의 영적 스승인 고분 치노의 사회로 향을 피우고 징을 치고, 주문을 중얼거리며 진행되었다. 젊은 시절 인도 순례를 통해 자신의 영성을 강화한 잡스는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 초감 트룽파의 '마음 공부' 등의 책을 주변에 추천했다. 특히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의 자서전은 평생에 걸쳐 1년에 1번씩 반복해서 읽은 책이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하기를 열망한 잡스. 그의 안에서 기업(애플)은 영원을 희구하는 하나의 종교로 승화되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영원으로 향하는 흐름에 무언가를 보탤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스티브 잡스 전기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신의 존재를 믿느냐는 사실 50 대 50 입니다. 어쨌든 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우리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껴왔습니다. (중략)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잡스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