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효선 주부

3년 전부터 나는 나의 사랑 B·M·W로 세상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B·M·W! ‘Bus(버스), Metro(지하철), Walking(걷기)’ 등 나의 이동 수단이나 활동하는 데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이 B·M·W다.

오늘도 나는 대전 지하철역에서 B·M·W에 몸을 실었다. 밤 9시가 넘어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듬성듬성 빈자리까지 보인다. 덩치 큰 두 남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맞은편 사람들과 시선을 교환한다. 부부인 듯 그들 또한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어색한 듯 고개를 돌린다. 퍽 다정하게 보였다. 아! 반석역까지 열다섯 정거장 오늘 따라 피곤이 눈으로 온다. 아예 피곤한 두 눈에 휴식을 주듯이 감아버린다.

어느 날. 남편이 물어왔다. 차가 없으니 불편하지 않느냐고, 필요하면 다시 사라고. 반석으로 이사 오니 집과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다. 운동한다고, 친구들 만난다고,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한시도 집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내가 딱해 보였나 보다.

어쩌다 간혹 차가 없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긴 하다. 그런데 고작 일 년에 몇 번 정도? 그 일 년에 몇 번 정도 때문에 차를 구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아직은” 하고 대답했다.

반석으로 이사 오기 얼마 전, 운전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는 주차장에 늘 세워두기만 하는 차를 볼 때마다 심기가 불편했다. 어디 볼일이 생길 때면 “차를 갖고 갈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던 것. 점점 운전대를 잡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운전하는 일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즈음인가? 누군가 그런 말을 해줬다. “요즘에 버스나 지하철이나 한 번의 요금으로 2~3회 정도를 갈아탈 수 있다”고. 갈아 탈 때마다 요금을 내야 했는데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두세 번의 갈아탐이 허용된다고.

그런 기회가 내게 왔다. 휴가 왔던 아들이 귀대하는 날, 노은역에서 유성까지 지하철을 이용했고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이용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려 하니 괜히 가슴이 설레었다. 마치 버스비를 내지 않고 몰래 숨어 무임승차하려는 듯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교통카드를 기사 옆에 있는 체크기에 대어 보니 “환승입니다” 그런다. ‘오~ 우~ 이거구나!’ 무언가 큰일을 해낸 듯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점점 이렇게 편리하고 경제적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세워 두고 타지 않는 차를 처분하기로 했다. 세금이나 적지 않은 보험료가 아까워서이기도 했다, 10년 동안 나의 발이 돼준 그와 작별을 했다. 조금의 서운함은 있었지만 왠지 시원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의 사랑! 그대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의 첫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새 주인을 따라가는 뒤에 대고 손을 흔들 때 눈물을 흘렸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난 ‘뚜벅이’가 됐고, 곧바로 환경을 지키는 B·M·W 이용자가 됐다. ‘뚜벅뚜벅’, 어디든 열심히 차 없이 다닌 지 3년. 주변 사람들은 그런다. 차 없이 불편하지 않냐고. 그런데 모르는 말씀. “몸무게가 늘지 않은 데다가 건강해졌고,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는 걸요.” 난 차 없이 뚜벅이로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지하철은 작은 사회이고 공동체다. 예의가 있어야 하고, 법질서가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 시마다 마주하는 사람들과 시선 대화가 좋고, 어른들께 자리 양보하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남보다 먼저 일어나는 즐거움은 해 본 사람만 안다.

건너편 마주 앉은 사내아이랑 눈이 마주친다. 장난기가 발동해 그 아이에게 윙크를 하니, 어찌할 줄 몰라 온 몸을 비틀어대며 슬그머니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본다. 이때다 싶어 다시 한 번 두 눈 질끈 쌍 윙크를 날려 주는 센스, 하하 재밌다.

난 요즘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다. 나와 같은 소박한 생활을 하는 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좋고, 그들을 보며 살아가는 것이 참 좋다.

“반석역입니다.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 두고 내리시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 후 하차하시기 바랍니다.” 늘 귀에 익은 목소리, 매일 듣는 그녀의 목소리, 난 오늘도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가족들이 있는 행복한 곳으로 향하며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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