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위대한 미국을 선언하면서 한미동맹·통상환경에 격랑을 예고하고 있어 자중지란에 빠진 우리 정국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걱정이다.

작년 한 해에도 우리 건설산업은 열심히 뛰었다. 하반기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50%를 웃돌았고 약 190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중추 산업으로서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국가 경제기반 인프라를 건설해 국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해외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건설산업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막중한 기여를 해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설산업이 마주하는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어 미국을 위한 무역협정, 일자리 창출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 등이 건설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지수다. 국내 건설산업을 지표상 위기라고 할 수 없지만 건설투자 성장률 감소, 주택인허가 등 선행지표 악화, 도시화율 90%, 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의 성숙단계 진입 등으로 인해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

‘방 안의 코끼리’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 거대하고 불편해서 도리어 언급하길 꺼린다는 비유법이지만 우리 건설산업에서도 불공정 관행과 칸막이식 업역 체계라는 난제가 바로 이 방 안의 코끼리가 아닐까 한다. 건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쇄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출범한 ‘미래건설정책 네트워크’를 통해 건설업계와 유관단체,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입찰 제도의 변별력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의 경직적인 칸막이식 업역 체계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유연성 있게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건설정책과 업역 간 많은 이해관계와 난제들이 있지만 건설산업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만은 없는 과제일 것이다.

사회기반시설 구축의 성숙 단계에서 단순 유지관리 차원을 넘어 성능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 인프라 중 30년이 지난 노후 시설물은 현재 10% 수준이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25%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어서 노후 인프라 개선에 많은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존 사회기반시설의 단순 확장 중심에서 성능 중심 유지관리와 운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안전성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용성과 내구성까지 보완하는 ‘스마트 인프라 관리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업이 기술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 역시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공지능 기반의 시공자동화 기술, 사물인터넷(IoT) 융·복합 첨단 유지관리 기술, 재난·재해 대응 기술 등 미래 선도형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건설산업을 가치창조형 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건설산업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와는 동떨어진 산업으로 건설산업이 우리 경제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건설산업이 제2의 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나눠 먹기 식의 관행으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혁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정부도 한 번 다가온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국과 관련해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미래건설정책 네트워크’ 같은 기구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뉴 프론티어 정책이 요구된다. 새롭게 밝아온 정유년(丁酉年)이 방 안에 있는 애물단지였던 코끼리를 몰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하는 활력 있는 새해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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