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담뱃갑 혐오 그림으로 점차 채워지는 가운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은 날로 더해져 가고 있다. 사진은 대전 중구에 소재한 한 편의점 담배 진열대.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혐오그림이 부착된 담뱃갑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지 약 3주가 지난 가운데, 아르바이트생들이 혐오그림에 무방비로 노출돼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31일 대전 동구와 중구지역 편의점 15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담배 진열대에는 3주 전만 해도 2~3종밖에 보이지 않던 혐오그림 담뱃갑이 지금은 기존 담배의 상당 부분을 대체했다. 수입담배들도 서서히 혐오그림 담뱃갑을 시장에 풀고 있다. 매일 혐오그림에 노출된 알바들의 고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중구 대흥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한 씨는 “편의점 중에 혐오그림에 대해 아르바이트생을 배려한 곳은 없다. 점차 혐오그림 담뱃갑이 기존 담뱃갑 자리를 대체하면서 하루에 수백 번씩 혐오 그림을 봐야 하는 우리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참고 일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신적 충격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고 이 씨는 전했다.

현장에선 혐오그림 노출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도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계산을 할 때 최대한 담뱃갑을 보지 않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담뱃갑을 거꾸로 세워 혐오그림을 가리거나 아예 진열대에 담뱃갑 상단 그림을 가릴 수 있는 판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이 또한 정부의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담배 판매자 입장에서 이를 피할 방법이 없다.

한 편의점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 모(28) 씨는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쉽게 건의하기가 어려워 대부분 편의점 사장이 혐오그림 담뱃갑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편의점의 경우 혐오그림에 대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본사에 연락해 대책 방안을 문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혐오그림에 대한 판매자의 고충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혐오그림 도입은 정책적 목적에 다가서지 못 하는 양상이다. 대전 중구의 한 편의점 담배 매출 통계를 보면 정부의 담뱃세 인상과 혐오그림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혐오그림 담뱃갑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이 편의점에서 판매된 담배는 모두 845갑(국산 495갑·수입 350갑)이었다. 혐오그림 담뱃갑이 풀리지 않은 전월 같은 기간(2016년 12월 15∼29일) 865갑(국산 505갑·수입 360갑)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

담뱃갑 혐오그림이 금연효과 목표에선 멀어지고 알바 등 담배 판매자들의 정신적 충격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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