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가처분신청 인용…1심 판결까지 효력 정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일방통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전지법 제21민사부는 지난 31일 성과연봉제 효력을 중지시켜달라는 철도노조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코레일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절차상 문제가 있고 성과연봉제 자체가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이 있다는 철도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인 거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제1심 본안판결 선고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골자로 한 코레일 취업규칙 개정안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우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취업규칙은 일부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체계 자체에 본질적인 변경을 가져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의 경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 또는 과반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코레일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할 때 이를 따랐어야 한다는 거다. 코레일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이로 인해 철도파업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또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코레일로서는 성과연봉제 적용 시점을 늦추게 될 뿐이고 특별히 이로 인한 불이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반영 취업규칙 시행을 2018년으로 함). 또 노조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정부의 ‘성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이행기관 관리방안’ 요구사항도 이행하는 것이 된다”며 효력 정지에 따른 결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다. 재판부는 특히 “효력 정지 기간 노사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어 헌법상 보장된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도 했다. 노사문제는 노사의 자율적 협의를 토대로 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본안 판결이 남았지만 일단 이번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철도노조는 74일간에 걸친 역대 최장 철도파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불씨는 남아 있다. 본안소송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리 공방이 이어질 예정이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대전시 산하 공공기관도 추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이 코레일의 사례와 같고 도입 기관 근로자(노조)들 역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추후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도입 당시에도 시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토대로 교섭 의무를 무시한 채 강행한 탓”이라고 귀띔했다. 시는 공공기관 혁신과제로 성과연봉제가 추진됐고 지난해 도시철도공사와 마케팅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3개 공사공단에 대한 취업규칙을 개정한 상태지만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결정이 나온 만큼 정부 지침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도입 당시 정부 지침에 근거해 시행됐는데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 이에 대한 지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있을 지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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