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응 대전시의원

주거환경개선사업이란 기반시설이 극히 열악하고, 노후하거나 불량한 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한 지역을 현대화해 최대한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확충하고 지역을 발전시켜, 주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전시 차원에서도 기존 시가지의 관리와 정비, 특히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이란 용어는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구의 3개 지역 주민에게는 ‘아픔’과 ‘시련’을 주는 단어가 됐다. 1989년부터 시작된 대전시의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는 총 53곳으로, 41곳은 사업이 완료됐고, 8곳은 추진 중이며, 나머지 4곳은 사업이 중단돼 있다.

그런데 중단된 사업지구는 동구의 천동3, 소제, 구성2지구와 대덕구의 효자지구로, 동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 가장 필요한 지역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홍보하듯이 크게 외치는 대전시의 정책 추진과는 왠지 맞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동구의 중단된 3개 지구 주민들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된 10년 전만 해도 낙후된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큰 기대감을 갖고 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시행자인 LH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장기간 답보상태에 있다.

LH의 사업 중단으로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더 악화됐다. 도시가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까다로워 비싼 연료비로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고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 건물 정비와 관리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역의 슬럼화를 촉진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원도심 활성화에 역행하는 역차별을 받는 셈이 됐다.

또 LH의 사업 중단은 더 큰 비용을 수반하게 됐다. 2007년경 수립했던 사업계획으로는 더 이상 추진이 어렵게 된 것이다. LH는 ‘사업타당성 및 마케팅 전략수립 용역’(2014년)을 통해 사업별로 최소 459억 원에서 최대 3420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LH에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용적률 상향 및 공원·녹지면적 축소 등을 포함한 대대적 사업 변경을 대전시에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는 과도한 용적률 상향, 녹지면적 축소 등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사업방식 등 여러 가지 문제점 등으로 제대로 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와 LH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은 없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에 공공기관인 LH가 공익성과 사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때 추진이 가능할 것이지만, 대전시는 이 사업의 중단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선진복지국가의 최우선 정책이 주민의 복리와 삶의 만족도 향상 이듯이 시와 구는 주민의 복리향상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묻고 싶다. 대전시는 10년간 중단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재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 또는 다양한 방안 제시, 적극적 노력을….

다행히 LH는 올해 천동3지구를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구로 선정하고 하반기 민간사업자 공모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시에서는 중앙부처에 국고보조 확대 건의, 대전도시공사 활용방안 검토 등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하루속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동원해 오랜 기간 어려움과 불편을 감내했던 지역주민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며, 사업 추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LH, 자치구와의 협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머지 중단된 지역도 조속한 시일 내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 제시 등 적극적인 해결 노력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이란 용어가 동구에서 다시 ‘희망’으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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