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김철호 민생네트워크 새벽 상임이사가 가계부채를 낮추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지난 2009년 6월 김우혁(가명) 씨는 약국을 통해 몰래 수면제를 모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극단적인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자동차 도장 기술을 배워 부산의 한 정비공장에 취직했지만, 여자친구의 대출과 꼬리에 꼬리를 문 상환에 모든 돈을 잃었다. 대전 공사판 여러 군데를 전전하다 병까지 얻었다. 수술비도 1000만 원에 달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까지 손을 댔다. 자활 의지는 하루아침에 꺾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민생네트워크 새벽’이란 단체를 접해 무료 법률상담을 받았다. 법률상담 덕에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있었다. 파산 면책 결정으로 빚을 탕감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면서 그에겐 다시 제힘으로 일어설 용기가 생겼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300조에 육박했다. 빚을 갚기 위한 자활 의지를 상실하고, 공동체 일원에서 탈락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소득이 끊긴 상태에서 고금리의 사채까지 손을 댔다 갚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은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부채는 6256만 원으로 부채에 따른 원금 상환액은 952만 원, 채무는 소득의 16.5%에 달했다. 또한 소득에서 원금 상환액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구는 전체가구의 14.8%로 집계됐다. 이는 빚을 갚을 때 부담을 그만큼 져야 할 가정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건전한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간 가정에게 개인파산 회생 절차를 적극 알리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중구 대흥동에 사는 채현우(27) 씨는 “친구 아버지가 정년 퇴임 후 카페를 차리려고 햇살론 등 여기저기에 돈을 빌리는 과정에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면서 “우리 집도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 앞 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과 광주 등 전국 광역지자체 6곳에서는 서민금융복지상담센터 설립과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돼 위탁 운영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4년 7월 15일 ‘서울특별시 금융복지상담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센터에 재무 관련 자격증 소지자와 재능기부 희망자 등 40여 명의 인원을 배치,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도 서민 금융통합지원센터 개소 후 소액대출 사업 등 채무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단체에서는 부채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을 하고 있다. 이 중 사회적협동조합 ‘민생네트워크 새벽’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출범한 민생네트워크 새벽의 역할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때 법률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한 탓에 고충을 겪는 이들의 비용을 지원하고, 재무지표를 점검하는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하는 데에 있다. 김정희 소장을 비롯한 5명의 상담사가 가정재무 관리연구소를 두고, 민생복지상담학교를 열어 개인의 재무지표를 점검, 지역의 사회복지사와 함께 상담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600여 명이 무료법률 상담을 받았다.

공동체의 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부채를 하루빨리 탕감해야 한다는 게 김철호 민생네트워크 새벽 상임이사의 입장이다. 김 이사는 “과거 정부가 신용카드 발급을 쉽게 하면서 카드사용과 함께 빚이 폭발적으로 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 “소득은 끊긴 당사자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종용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개인파산면책제도를 적극 이용하는 데 주저하지 말 것을 김 이사는 당부했다. 그는 “이 제도는 큰 빚을 빠른 시일 내에 면책할 수 있는 효용성있는 게 장점”이라면서 “자신의 재정을 냉정하게 인식한 뒤 개인회생을 위한 절차와 준비요령 등의 법률 상담이 적극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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