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추진하는 길이 우리 경제가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IT산업의 글로벌 기술동향을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사물을 자동적 혹은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일컫는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계가 지능을 갖는 일은 공상 속에서나 가능할 일이었다. 그러나 기계가 스스로 인공지능을 갖고 기계와 기계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 진화하는 산업혁명이 이제 공상 속의 일만은 아니게 됐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함으로써 인간은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수명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반면 기존 일자리 소멸과 기술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구성원 간 혹은 국가나 지역간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노동시장에서 고용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이슈로 제기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 이후 전 세계 언론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모든 국민에게 근로나 재산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금액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이를 기본소득(Basic Income)이라 한다. 기본소득 개념은 16세기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핵심은 정부가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주식회사 대한민국호에 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동일하게 일정금액의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특정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공동의 자산이고 인류의 누적된 협업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그 성과를 공유하는 기본소득은 당연할 것이다.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 선별적 복지는 지급이 차별적이기 때문에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반면 소득이나 자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제공되는 무상급식 등은 보편적 복지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 개념과 유사한 면이 있다.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돈을 공짜로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은 지금처럼 임시 일자리라도 구해 돈을 벌면 그만큼 실업급여나 복지가 깎일 경우에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를 구해도 기본소득을 계속 지급하면 오히려 활기를 되찾고 일할 의욕이 더 생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을 위해 임시직이라도 구해야 하는 다급함에서 벗어나 본인의 역량을 다지고 계획적인 삶을 준비할 수 있어 유럽처럼 창조적인 자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소득불평등을 완화해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줄일 수 있으며 선별적 복지로 인해 본의 아니게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한 복지제도로 인한 행정비용과 비효율성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기본소득 제도 도입이 가능할까? 혹자는 재원부족을 이유로 시기상조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발상을 전환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 가령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만큼 소득세 최고세율을 높이고 과세구간을 줄이는 방법이나 초기에는 수급 연령을 청년층이나 노년층으로 제한한 뒤 중장기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 등이 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기본소득 규모가 작더라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니 우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 7% 수준의 고도성장을 달성한 덕분에 이미 상당한 부와 생산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제는 어떻게 성장을 지속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축적된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다. 기본소득을 도입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모두에게 보탬이 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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