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작가/한국문인협회 이사

필자는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 6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착공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향후 대전 100년을 내다본다면 ‘트램,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펜을 든다. 이미 오랜 논의와 함께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및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된 트램 안(案)에 딴지를 걸고넘어지는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는 충정으로 호소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것들은 우리 거 같지만 사실은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정신문화나 물질문명도 우리 것은 아니다. 하나뿐인 자연유산은 물론 이런 것들이 모두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누리고 살다가 후손에게 잘 전해줘야 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뜻에서 보면 트램이 당장 예산이 절감되고 공기(工期)를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지만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대전은 중부권 최대 도시다. 청와대를 비롯한 국회, 대법원 등의 세종시 이전을 몇몇 예비 대선주자들로 표방되는 잠룡들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명실공히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3호선도 청주국제공항에서부터 청주시를 거쳐 우리 대전을 통과해 계룡시로 이어지는 계획안이 이미 확정돼 있다. 또 기존 1호선은 반석역에서 세종시로 연장될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의 도시철도는 15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인구만을 운송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지금 당장도 대전의 도로가 좁아 가로수를 뽑으면서 노폭을 넓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 좁은 길 한 가운데로 시속 30~40㎞의 트램이 승용차의 홍수 속에 묻혀 교통신호체계의 틀 안에서 헉헉 거리며 달린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예산이 좀 더 들고 공기가 길어진다 해도, 먼 훗날 5호선까지 완공되면 환승의 역할을 하게 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순환선인 2호선은 지하화돼야 한다. 이웃 도시 광주는 대전보다 작은 데 이미 2호선을 원안대로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노수협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장은 “트램은 경제적이면서 교통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시대적 대세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협의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전시는 그동안 주요 도시철도 역사에 유럽 도시들의 트램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시민들에게 그 타당성을 홍보하고, 계몽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트램이 완공되면 나름대로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는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후손들과 대전의 미래를 위해 트램 건설은 역시 재고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라는 전제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 번 착공돼 트램이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전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전이 타 도시에 앞서 트램을 건설하고, 트램 교통문화를 선도하면 많은 도시들에게 일반화될 거라고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또 대전이 유럽의 트램 교통문화를 수용하는 선도도시가 될 거라 홍보하고 있지만 그곳과는 도로 사정도 상반될 뿐만 아니라 이미 유럽에선 트램이 사양화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대전은 세종과 청주, 군사도시인 계룡을 벨트라인으로 하는 중부권 최대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 세 도시의 배후도시로서 정치·국방·과학·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걸쳐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독한 병목 현상을 초래할 트램 건설 계획은 지금이라도 수정돼야 한다. 졸속한 상황 판단으로 인해 우리의 후손들이 고통을 당하게 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원망을 받아서도 안 된다. ‘참으로 고마운 유산을 물려줘 감사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미 착공 단계에 와 있는 시점에, 이런 때 늦은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필자의 진언이지만 경청해주기 바란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필자는 참으로 많은 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고심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펜을 든 심정을 다시 밝히고자 한다. 향후 대전 100년을 내다본다면 역시, 트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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