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정치권에서 ‘안(安)’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를 지칭하는 이니셜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대선 후보 지지도에 있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조기대선 정국에 제1야당이자 국회 최다 의석(121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본선 못지않은 관심을 얻으면서 문재인 전 대표를 맹렬하게 추격하는 안 지사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 전 대표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이번 대선은 결국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 경선 이후 자신과 문 전 대표 간의 1대 1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주장으로 양자구도 만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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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 전 대표를 따라잡으려는 안 지사의 외연 확대가 분주하고, 한편으론 안 지사를 공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국민의당을 위시한 제3지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文 따라잡으려는 安

문 전 대표가 13일 당내 경선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자 후발주자인 안 지사 측은 후보자 간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거듭 촉구했다.

안 지사 측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못 해 국민이 깜깜이 선거를 할 수밖에 없었고,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최대한 활발히 토론을 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 ‘말발’로 문 전 대표를 압도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안 지사로선 자신의 목소리를 내 지지세를 확산시키고 차별화를 기해야 한다. 반면 대세론을 본선까지 이어가려는 문 전 대표로서는 가급적 변수를 줄이는 것이 유리한 만큼, 앞으로 토론 일정을 두고 양자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 등에 대해 “큰 생각에 있어선 차이가 없다”라며 맞대응을 삼가고, 안 지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우리 당의 지지세가 확산되는 것이니 반갑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다분히 ‘대세론 흔들기’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도를 엿보게 한다.

◆安 까고 뜨려는 제3지대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13일 자신의 제3지대 정계개편론과 관련해 ‘정계 은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안 지사를 향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홍위병으로 시작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손학규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간 안 지사에 대해 직접적 비판을 자제했던 손 의장의 태도가 예상치 못한 안 지사의 ‘비상(飛翔)’과 맞물려 변모한 것으로, 이날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노무현·문재인 키즈인 안 지사가 언제부터 중도였느냐”라고 반문하며 중도·보수층을 자극하는 안 지사를 정면 비판했다. 안 지사가 중도 노선을 앞세워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 경선과 관련, “안 지사가 현재 상당히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재인산성’(문재인의 벽)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손 의장과 마찬가지로 안 지사에 대한 견제심리를 표출했다.

이 같은 손 의장과 박 대표의 발언에는 표의 확장성이 있는 안 지사와 본선에서 맞닥뜨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문 전 대표와의 맞대결이 상대적으로 쉬운 싸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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