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신 조범근 국제바둑지도자…바둑불모지 美서 5년째 보급 매진

국제바둑지도자인 조범근 씨가 미국에서 바둑 전도사로 활동하는 모습.

바둑 불모지인 미국에서 한국바둑을 전파하고 있는 대전 출신의 한 열혈 청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파견으로 도미(渡美)해 5년여간 바둑 보급에 매진하고 있는 조범근(26) 씨가 그 주인공이다.

조남춘 한남대 국제IT교육센터장의 차남인 조 씨는 한밭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바둑을 접했고, 이후 프로바둑 기사인 양재호 9단으로부터 전문적으로 수련을 받아 각종 대회에서 입상했다. 또 한국기원 연구생을 거쳐 2010년 명지대 바둑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해외 바둑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 씨는 외국으로 바둑 저변을 확산시키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도전이라고 판단, 어학연수 등을 통해 영어 공부에 열중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대한바둑협회에서 주최하는 ‘바둑세계화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국제바둑지도자가 된 그가 미국을 활동 무대로 선택한 이유는 기왕 해외에서 보급을 시작할 바에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호기롭게 도전해 보자는 각오 때문이었다.

미국 바둑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80년 전인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 거주하는 소수의 바둑 애호가들이 모여 미국바둑협회(AGA)를 설립하면서 토대를 닦았고, 이후 수학자와 공학자, 과학자들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지적인 학문 연구 대상으로 삼으며 바둑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바둑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조 씨는 2012년 미 서부지역에서부터 바둑 전도사 역할을 시작됐다. LA 교외지역인 패서디나(Pasadena)를 중심으로 교민과 현지인들을 위한 바둑 강의를 AGA와 연계해 펼쳤고, UCLA 대학, 마라나타(Maranatha) 고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쳤다.

2015년에는 미국인들을 가르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둑을 마스터하기 위한 동·서양의 접근법이 결합된 박스이론(Box Theory: Melding Eastern & Western Approaches to Mastering Baduk)’이란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조범근 씨가 2015년 미국에서 발간한 바둑 관련 저서.

조 씨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바둑 관련 도서는 아시아에서 출판된 책들의 번역본이어서 현지인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미국인이 바둑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미국식 사고방식과 동양의 바둑교육법을 결합한 책의 필요성을 느껴 ‘박스이론’을 발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사회의 바둑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 대해 그는 “지난해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바둑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라며 “각종 미디어에 바둑이 다뤄져 새로운 바둑인구가 창출되고 있고, 이전에 바둑을 즐기다 흥미를 잃었던 팬들이 다시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알파고의 등장으로 한껏 성숙해진 바둑에 대한 관심을 발판 삼아 미국 주류사회에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장차 미국이 한국과 같은 바둑 강국이 되는 데 일조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