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을 잡아야 대망을 이룰 수 있다!’

탄핵시계와 대선시계가 어떤 역사적 운명을 향해 치달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유력 주자들이 중원에서의 지지세 확산을 위해 ‘충청 대전(大戰)’을 벌인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충청 표심은 지난 2일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을 꿈꾸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퇴장 이후, 또 다른 축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쪽으로 기우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그 속내는 쉽사리 가늠할 수 없고 영·호남에 비해 적지 않은 유동성이 있는 만큼 각 주자가 민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14일 안 지사의 안방인 충청에 나란히 출격했고, 당내 경쟁자인 문 전 대표를 맹렬히 추격하는 안 지사는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충청대망론을 띄워 문 전 대표를 따라잡겠다는 심산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재인 대세 굳히기

지난 7일 대전과 충남을 누볐던 문 전 대표는 일주일 만인 14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이 서린 세종시를 찾아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선언 1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민주당의 역사이자 포기할 수 없는 국가 발전의 가치로, 중앙집권과 서울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라며 “개헌 과제에 지방분권을 포함하고, 세종시를 진정한 행정중심도시로 완성하겠다”라고 밝혔다.

도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미래창조과학부를 이전시키는 한편 대덕연구개발특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연계해 충청을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

노무현재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참여정부의 역점시책인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힌 문 전 대표는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는 안 지사를 견제하는 동시에 대세론을 확산하겠다는 의도를 엿보게 했다.

◆“이번엔 철수 없다” 벼르는 안철수

안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간 충청권을 집중 공략한다. 차기 대선을 자신과 문 전 대표 간의 양강구도로 끌어가려는 안 전 대표로서도 안 지사의 무서운 기세를 꺾는 것이 선결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14일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대전지식인네트워크와 간담회를 가진 안 전 대표는 15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하며, 대전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지역 언론인들을 만난다. 또 자신이 교수로 재직했던 KAIST를 찾고, 대전지역 당원들과 만찬을 함께한다. 16일에는 내포신도시로 이동해 안 지사의 근무지인 충남도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으로, 그가 과연 이 같은 ‘충청 투어’를 통해 소강 상태에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역전 노리는 안희정

안 지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충청향우회중앙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하는데 이날 행사에선 다른 충청권 주자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인제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 등도 자리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안 지사는 17일에는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로 무주공산이 된 충북을 방문한다.

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충청은 호남에 이은 2차 경선지로, 초반부 승기를 가를 수 있다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절대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대역전을 꿈꾸는 안 지사는 정치적 중원이자 자신의 베이스캠프격인 충청에서 견고한 지지세를 다져 놓고, 이를 야권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과 연계함으로써 시너지를 효과를 얻으려는 쌍끌이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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