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내달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놓고 쉽사리 결론을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정국의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

탄핵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뉜 ‘촛불’과 ‘태극기’ 세력의 극단적인 대립, 이로 인한 사회 분열 속에 헌재 탄핵심판이 자신들의 뜻과 배치되는 결론으로 도출될 경우 ‘불복’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고, 19대 대선을 앞두고 탄핵심판 인용 또는 기각을 가정한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 기각되면 계엄령 선포?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특검이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보려고 하지만 타당한 법리 적용이 아니다”라며 “신이 아닌 이상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지금 인용과 기각에 대한 설이 거의 반반씩 나온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탄핵 기각설이 최근 들어 보수 진영에서 고조되면서, 탄핵 기각 후 전세 역전에 따라 ‘부활’한 박 대통령이 기각에 반발하는 촛불세력을 엄단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엄정한 법치를 할 것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는 없던 일이 되고 내년 2월까지 정상적으로 임기를 다할 것이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책임을 내려놓게 되는 황교안 총리가 자연스럽게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오는 12월 예정된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설도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해 온 촛불세력에 대한 강한 증오감이 배어있고, 다분히 탄핵 여론에 밀려 열세에 몰렸던 태극기 세력의 자의적인 해석과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야 4당 ‘승복 합의’ 비판하며 불복 예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헌재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승복한다는 구두 합의를 했다.

여야 간에 탄핵 기각과 인용이 맞서며 헌재 결정 후 자칫 불복운동이 확산되는 등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이 먼저 ‘승복 합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촛불과 태극기 세력 내 일부 극우·극좌론자들은 여야 4당의 승복 합의 자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어, 불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 결정 후 또다시 촛불이니, 태극기니 하면서 정당이 선동하고 국론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면 ‘너는 틀리고 나만 맞다’라는 식의 배타적 태도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각 당의 당리당략적 계산과 대선주자들의 미묘한 이해관계가 탄핵과 맞물려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는 만큼 승복 합의 못지않게 탄핵심판 이후 국정 안정을 위한 정치권의 실질적인 협력체제 구축이 중요하다.

◆제1당 ‘경선 모드’ 주춤

한편, 국회 제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을 개시하면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지만 마냥 선거 분위기를 띄울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이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쏠린 상황에 경선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 반발에 부딪힐 수 있어서다. 더욱이 김정남 피살 사태로 인한 안보 정국이 조성된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욱 낮은 자세로 탄핵 완수에 집중하고, 정권교체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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