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룡 아이신나라 대표

▲ 최수룡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늘은 2차로 면접을 하는 날이다. 며칠 전에 마을교육공동체 협력교사로 마을교사 신청서와 교육활동 운영계획서를 세종시교육청 학교혁신과에 제출해 1차 서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늘 하는 일이지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젊으나 늙으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평생 교육자로서 교과연찬과 연수활동을 해온 전문가라 할 수 있지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력을 요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나 보다. 마을교사로 활동할 것을 생각하니 아련히 교육 현장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진다.

버들강아지 눈뜨는 2월이면 새 학년에 만날 아이들을 생각하며 새 학년 학급 운영에 몰두하게 된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새 학년에는 어떤 어린이로 지도할 것인지,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학습 집단은 어떻게 조직을 하고, 어떤 학습모형을 적용해 학습활동을 할 것인지, 함께 생활을 하면서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게 할 것인지 새 학년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또 귀염둥이 중 개구쟁이들은 얼마나 만나게 될 것인지 설렘과 호기심으로 아이들을 기다리던 봄방학을 맞았다. 정년퇴직을 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이들과 생활하던 모습이 꿈에서도 아른거리니 참으로 평생직장은 쉬 잊을 수 없나 보다.

나는 참으로 수업지도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1990년대 열린 교육의 열풍이 몰아칠 때 선생님 주도의 강의식 주입식 교육에서 다양한 체험학습 활동 위주의 수업모형이 소개되면서 수업의 형태가 일대 변환기를 맡게 됐다. 열린 교육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선생님들이 학습지 위주의 학습활동을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부과해 포토폴리오식 전시효과적인 학습 성과물로 부작용도 있었지만, 선생님 위주의 활동에서 학생활동 위주의 학습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열린 교육의 성과라고 한다면 다양한 학습모형을 교육 현장에 적용해 수업에 활용함으로써 혁신적인 교실 수업이 개선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교사는 수업이 생명이다. 교사의 길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교육자의 길을 걷는 일인 만큼 자기 연찬과 전문성 신장을 위해 최선을 경주해야 한다. 필자도 대전시교육청 수업연구대회에 10여 년 동안 참여한 일이 있다. 학급 아이들 교육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수업연구대회라는 믿음 때문이다. 수업연구대회에 10여 년을 참여한다는 것은 엄청난 시련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학년 초에 기본적인 학습훈련에서부터 학습모형에 따른 학습활동은 다른 어떠한 교수학습활동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세종시교육청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교사는 세종시의 훌륭한 교육자원과 학교교사와의 협력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을 풍부하게 하고, 학교와 마을이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세종마을교육공동체 정책에 의해 운영되는 사업이다. 세종 마을교사 모집영역은 인문·극예술, 생태, 해설사, 이미용, 요리, 기타 등 6개 분야로, 지역의 전문직업인 또는 뛰어난 기능을 가진 장인들이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일정한 연수를 받고 협력교사로 학생교육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정규교육과정을 비롯한 창의적 체험활동과 진로교육 및 자유학기제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도 학생발명품 및 지식재산권과 연계한 창업에 관해 실질적이고 생생한 창의적인 체험학습을 지원해 주고 싶었다.

나는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교실수업 개선을 위해 아이들 교육에 좋은 학습교구를 만들어 아이들이 신나는 학습활동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신나라’를 창업했다. 평생을 공직생활을 하다가 사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주위에서 말렸지만, 내가 시작을 하면 언젠가는 학습교구가 개선돼 우리 아이들이 모두 신나는 학습활동이 이뤄진다는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바쁜 일정이지만 이제 마을교사로 또다시 아이들 앞에 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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