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100% 경쟁 심한 음식점 사업
전통시장 살리기커녕 함께 매몰중

지난 17일 대전 중구 태평시장 거리가 손님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성룡 기자

대전시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통시장을 활용한 청년창업 육성정책이다. 대표적으로 유천시장 청춘 3거리와 태평시장 태평 청년 맛it길은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으며 오는 5월 동구 중앙시장에도 청년점포 20개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100% 먹을거리 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창업은 제한된 시장을 나눠 갖겠다고 뛰어든 레드 오션(Red Ocean) 양상을 띤다. 태평시장은 지원이 끝났고 유천시장 청춘 3거리의 경우 이달 시의 지원이 끝난다. 마중물이 마르는 셈이다. 아쉬운 현실을 만나봤다.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인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먹을거리를 즐기는 시장 특유의 북적거림을 기대했지만 유천시장 내부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바람만 불었다. 셔터가 굳게 닫힌 점포도 많았다. “문을 닫은 곳이 많네요”라고 슬쩍 말을 붙이니 “손님이 없는데 나와 뭐해. 나는 집에 있어도 딱히 할 일이 없어 나와”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어디 한군데 둘러보기도 민망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유천시장 청춘 3거리 안내표시가 시장 곳곳에 붙어 있다. 안내 표시된 방향을 쭉 따라 가보니 불이 꺼진 지 오래된 듯 보이는 청년 점포들만 보이고 청년 창업자들이 직접 꾸민 ‘신장개업’이라는 글귀만이 먼지에 쌓여 방치돼 있었다. 10개의 점포 가운데 4개 점포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나마도 손님들이 앉아있던 곳은 1개 점포에 불과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청년 창업자 김 모(36 )씨는 “우리가 전통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초반 3개월에만 반짝 매출을 보이다가 점점 상황이 나빠져 결국 절반이 넘는 점포가 휴업에 들어갔다”며 “이달 시의 지원이 끝나면 설비를 빼고 곧 폐업 수순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가게를 내놓아도 누가 들어오려고 할지 의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천시장 청춘삼거리의 원래 사업 대상지는 유천시장이 아닌 오류시장이었다. 지난 2015년 9월 오류시장 청년 상인들을 모집하고 교육까지 실시했지만 임대차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6월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유천시장이 선정됐다. 게다가 이전 태평 청년 맛it길과 다르게 점포를 띄엄띄엄 배치했고 이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태평 청년 맛it길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점포는 2곳이지만 가게 문만 열어 놓고 현상만 유지하고 있는 점포들이 대다수였다.

태평시장 청년 창업자인 우 모(30) 씨는 “가게 정리를 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지난해 지원이 끊긴 후 혼자 영업하면서 겨우 유지만 하는 수준이다”며 “사실상 여기서 계속 장사하는 것은 미래가 안 보인다. 창업으로 성공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대다수의 청년들은 창업에 대해 두 번, 세 번 도전하기 힘들다”며 청년점포를 통해 시장상권을 활성화하지 못한 데 대한 상실감을 드러냈다.

시가 청년 창업 지원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5억 원이다. 올해 시는 15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중앙메가프라자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청년 상인 창업 지원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시의 청년 지원 정책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시 관계자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며 “중앙메가프라자의 경우 많은 시민들이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새로운 업종 개발과 컨설팅 등 청년상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지원해 줄 순 없다.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스스로의 몸부림과 함께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운영의 묘가 발휘되기를 희망해본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