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농업기술원 역량개발과장 한익수

충남농업기술원 역량개발과장 한익수

조계종 10대 종정을 지낸 혜암(慧菴)스님은 후학들에게 수행과 정진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며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화두를 이야기했다. 합천 해인사 원당암에 돌로 만들 사표석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한 이 말씀은 지나간 것에 마음을 두지 말고 지금 하는 일에만 마음을 두라는 의미로,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공부임을 깨우치게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농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 우수사례를 발표하는 농업인을 보면 노력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이 공부였다. 그런 농업인을 볼 때 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씀은 공자시대 보다 지금이 더 빛나는 말이며, 농업인에게는 더욱 가슴에 새길 말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농업과 농촌을 모르는 귀농, 귀촌인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최근 농업농촌 여건이 어렵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여건에도 귀농귀촌의 관심은 오히려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가운데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시작되었고, 퇴직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푸른 전원을 보며 자연속에서 머물고 몸만 건강하면 여든을 넘겨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농업농촌의 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 열풍이 처음 불었던 것은 1990년대 후반 IMF시절이었는데, 그때의 귀농은 아무런 사전 준비가 없는 무계획적인 귀농과 귀촌이었다. 그렇게 내려온 귀농은 성공 가능성이 처음부터 낮았다. 그런 귀농은 농촌정착의 실패와 탈귀농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최근에는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분들이 미리 교육을 받는다. 귀농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시골에 가보고 가족과 함께 농가에 가서 숙박도 한다. 이미 농촌에 터전을 이루고 있는 농가와 교감을 하고 실습하면서 영농현장과 시골의 모습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공부를 할 때 비로소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여 나갈 수 있다.

농촌에 터전을 일구며 살아 온 농업인들도 배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공부 못하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린 말이다. 그 시대에도 공부를 한 사람이 농사를 잘 지었다. 학교 공부가 아니라 농사에 대한 공부 말이다. 특히 지금의 시대는 더욱 그렇다. 배움과 공부는 지금같이 어렵고 힘든 시대에 더욱 빛나는 말일 것이다. 공부를 통해 배운 기술은 농사를 더욱 편하게 하고, 더 많은 생산을 만들어 준다.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하는 공부는 실패를 줄이고 더 높은 소득도 만들어 줄 수 있다.

농사도 매일 매일이 공부다. 생각나면 노트에 적고 되새기며 준비하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 농업이다. 이제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말을 우리 농업인 모두가 깊이 간직하고 실천해야 할 지침이 아닐까.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