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젊은이들…단순한 수법으로 절취 효과는 커

#. A 모(19) 군과 그의 친구들은 대담했다. 대전 서구 용문동과 괴정동 등지를 어슬렁거리며 주차된 차량에 접근했다. 차 문을 일일이 당겨 열리면 금품을 절취했다. 이렇게 이들은 지난해 12월 20일경부터 지난 7일까지 십여 대의 차량에서 태블릿 PC 등 금품을 절취했다. 절취한 금품은 팔아 나눠 갖고, PC방을 가거나 생활비로 충당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덜미를 잡혀 주범인 A 군은 구속되고,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 B 모(22) 씨는 무직이다. 그는 지난 12월 중순경부터 최근까지 천안 원성동, 두정동 등지를 돌며 주차된 차량 60여 대에서 현금과 상품권 등을 상습적으로 훔치다 지난 15일 경찰에 붙잡혔다.

#. 대전 서구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최근 들어 차량털이가 기승을 부린다는 경고와 함께 그 예방법이 안내 돼 있다.

청년들이 차량털이로 눈을 돌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경제사정이 녹록하지 않은 청년들이 차량 내에 있는 금품은 절취하기 쉽다고 보고 돈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털이가 더욱 활개 하는 데에는 차량 내 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선리모콘과 자동경보기가 보급됐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사례만 봐도 차량털이 범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이 지난 2015년 2월경부터 지난해 12월경까지 집계한 생활범죄 용의자 검거 현황에 따르면 총 2128건 중 1705명을 검거했고 이 중 차량털이는 121건(10.1%)으로 집계됐다. 대전경찰 한 관계자는 “검거된 차량털이범의 대다수가 청년들이라고는 규정할 수 없지만 검거된 청년들에게 들어보면 불우한 가정상황에서 돈을 구하기 위해 전전하다 차량털이로 이른바 ‘손맛’을 알게 돼 계속 차량을 주시하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 3팀 한 관계자도 “차량털이 범죄는 성인보다 청소년들이 확실히 많은 편이고, 혹여나 있을 금품을 절취하기 위해 좌석 밑 카펫 등을 관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들의 범행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수법으로도 다른 범죄에 비해 절취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대전 서부경찰서 강력 3팀 관계자는 “최근 검거된 사례를 보듯 일일이 문을 열어보는 단순한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면서 “차량을 고의로 부수거나 차량 유리창을 흉기를 이용해 깨는 수법은 실상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전 둔산경찰서 강력 3팀 관계자도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기보다는 새벽 시간대에 단독 또는 무리를 지어 문을 잡아당기는 수법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차량 내 자동 경보센서가 있어도 유리창 손괴의 충격이 차량으로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으면 경보가 울리지 않을 수도 있어 관련 대책이 요구된다. 차량 털이범 수사 관계자는 “차량 유리창을 부술 때 충격을 완화해 침입할 수도 있다”면서“차량털이가 지속되는 만큼 경찰도 관련 범행수법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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