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총회 인사말

새롭게 출발하는 전노협이 됩시다.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총회 인사말)

전국노숙인시설협회(이하 전노협)가 출범한 지도 6년째가 돼갑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복지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이기는 하지만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으면서 그동안 법적인 근거가 없어 애태우던 회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말끔히 털어내고 명실상부한 법적조직으로 출범할 수 있게 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임기를 맞을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전노협이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애써주신 서울지역노숙인시설협회 회장이신 여재훈 신부님과 서노협 임원들, 이은상 사무국장을 비롯한 일꾼들 그리고 함께 마음으로 응원하며 협력해 주신 전노협의 모든 이사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마찬가지로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도 6년이 돼갑니다. 하지만 법이 처음 제정될 때 국회, 정부, 민간, 학계 등 각 주체들의 이해와 요구가 달라 일정정도 타협안으로 제정되다 보니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우선 노숙인에 대한 개념규정에 있어서 비록 낙인적 관점에서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숙인의 정의가 현상적인 노숙인만을 규정하고 있기에 사회구조적인 노숙인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쪽방주민들입니다. 비록 쪽방지원에 관한 내용은 뒤늦게 기형적으로 법률에 포함됐지만 그 어디에도 쪽방주민에 대한 개념규정은 정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숙인지원도 최소한의 지원이나 보호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노숙인이 인간답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의료지원과 관련해서는 차별적 대우를 기본으로 하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등은 헌법의 평등권에도 위배되고 있습니다.

이런 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제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임기 동안 법률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음과 같이 여러분들과 약속했습니다. “… 아직도 노숙인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시키고 있는 노숙인 보호법부터 개정해야 합니다. 노숙인문제는 곧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므로 그 해결 방안도 빈곤문제 해결의 테두리에서 다뤄지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임기 동안 노숙인 보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노숙인들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법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보건복지상임위원장이신 양승조 의원실과 함께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조승래의원실과도 노숙인 문화복지 혜택을 명문화하는 문화복지지원과 관련한 법도 개정안을 상정할 수 있었습니다. 통과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올 일 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숙인이 우리 사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도록 애써야겠지요.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노숙인문제는 단순히 노숙인문제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노숙인문제는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빈곤문제 중에서도 최악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한 탈 노숙정책은 근본적인 노숙인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비록 노숙인이 탈 노숙을 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사회 특성상 여전히 언제 다시 노숙상태로 빠질지 모르는 빈곤의 자리에 있기에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탈빈곤 정책을 마련하는 길만이 근본적인 노숙인문제를 해결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전노협은 당장의 노숙인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는 동시에 근원적으로 노숙인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함께 그 길을 향해 달려갑시다.

이제 그동안 마음 졸이던 사단법인 등록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응축시켰던 우리의 힘을 모아 우리사회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세력으로 우뚝 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그 길을 최선을 다해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올해는 사회복지시설 중에서 가장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노숙인시설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최선의 경주를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함께 손을 맞잡고 노숙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달려갑시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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