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구요

때가 되면
자연스레 헤어질텐데
야박하게 그리 말하지 말아요

내 연한 속살
염천(炎天)의 무더위와
엄동(嚴冬)의 설한풍에
거북등처럼 투박하게 갈라졌지요

만경평야 뒤덮던 깃발이
선홍빛 동백으로 피어나고
금남로를 가득 메운 아우성
내 의식 속에 아직 살아있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살아남는 자
부끄러움에
껍질을 벗겨내면
아문 상처 덧이 나 피 흘리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세월이 가면 껍데기 떨어지고
그대 껍데기 되어 바람막이 될텐데
아버지의 거친 손
생각이 다르다고

껍데기는 가라구요
껍데기는 가라구요

사무사(思無邪)를 공자는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라고 정의했지만 필자는 ‘생각이 없음은 사악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먼저 어금니 아(牙)자와 어덕 부(阝)자로 이뤄진 형성문자인 간사할 사(邪)자에 담긴 뜻부터 알아보자. 어금니 아(牙)자는 어금니가 상하로 서로 물고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상형문자이고, 언덕 부(阝)자에는 ‘백성’이라는 뜻도 있다. 상하 어금니 사이에 백성이 끼어있는데 국가의 지도자가 생각이 없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어금니 사이에 끼어있는 백성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어금니를 사용한다면 동물적인 욕구가 만들어낸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생각 없이 내뱉는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상처를 받는다. 목적이 아무리 좋을지라도 성취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그 목적은 이미 변질된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사회적 갈등은 편견으론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념과 생각의 차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금도를 넘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회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은 이해의 결핍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해(理解)라는 한자부터 풀어보자. 다스릴 이(理)자는 구슬 옥(玉)변과 음(音)을 나타내는 리(里)자가 만들어낸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진 형성문자다. 음(音)을 나타내는 리(里)자는 가로 세로로 통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나온 ‘사리(事理)가 바르다(규칙 바르다)’라는 뜻과 ‘속에 숨어 있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초기에는 중국의 서북지방에서 나는 보석으로, 옥의 원석에 숨어 있는 고운 결을 갈아내는 일을 이(理)라 했으나, 나중에는 옥에 한하지 않고 ‘다스리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풀 해(解)자는 소 우(牛)자와 뿔 각(角)자, 칼 도(刀)의 합자다. 칼로 소의 살과 뼈를 따로 따로 발라내 ‘풀어 헤치다’라는 뜻의 회의문자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뿐만이 아니고 숨어 있는 상대방의, 마음의 고운 결을 발견해 갈아내는 행위가 진정한 이해의 본질이다. 장점을 발견해 보석으로 연마하는 행위가 이해임에도 우리는 이 말이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상실한 채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공허한 말만 뇌까리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