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A 씨는 최근 열린 자신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애초 친구들과 함께 졸업식에 참석하려 했지만 그 시간조차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니다. 친구들은 졸업을 하기 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자신은 취업을 못 했기 때문이다.

#. 취업에 성공한 B 씨는 졸업식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절반에 가까운 친구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타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취업이 안 돼 졸업식이 부담스러운 친구도 있다고 B 씨는 말했다.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서로를 축하해주고, 학사모를 던지는 것으로 학생 신분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출발을 알리곤 했던 것이 과거 졸업식의 풍경이었다. 요즘은 사뭇 다르다. 대학생활의 마지막인 졸업식을 포기하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는 탓이다.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2월 대졸예정자 1391명을 대상으로 졸업식 참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30.9%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23.7%는 ‘취업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20.7%는 ‘취업이 안 돼서 가기 싫다’를 불참 이유로 꼽았다. 취업 여부가 졸업식의 참석 여부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대전지역 한 대학은 올해 졸업생이 17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은 졸업생이 400명이나 된다. 열 중 셋은 참석하지 않은 셈이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 모두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현 상황이 취업 빙하기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졸업생의 30% 전후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인 대학의 현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미참석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창피하기 때문에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었다"고 귀띔했다.

취업난은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올해부터 3년간 4년제 대학 졸업자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4년제 대학 입학생은 지난 2010년 35만 명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37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12년과 2013년 입학생이 졸업하는 시기인 지난해와 올해가 취업 절벽을 더욱 절감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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