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15년 만의 ‘노풍(盧風·노무현 바람)’ 재연을 꿈꾸며 ‘선한 의지’ 논란으로 다소 주춤해진 지지세를 다시 끌어올리고자 야권의 전통적 표밭인 호남 공략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기각 시 불복’ 입장을 표명, 보수 진영의 공세에 직면했다.

◆지지세 주춤 속 텃밭 다지기 나서는 安

중도·보수층으로의 표의 확장성을 감안해 ‘우클릭’ 행보를 보이던 중 ‘선한 의지’, ‘탄핵 기각 불복’ 발언으로 진보-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된 안 지사가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방문해 민심 잡기에 나선다.

안 지사는 24일 전남 순천에서 토크콘서트를 갖고 여수 교동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며, 25일에는 전북 전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다. 지난 11일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던 안 지사가 2주 만에 다시 호남을 방문하는 것은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을 잡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야권 지지층의 안 지사 선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관련 기사 - ‘선의 논란’ 安 호남·TK서 떨어지고, PK선 올랐다]

안 지사에게 안방인 충청과 함께 호남은 당내 경선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와 다름없다. 첫 경선지역인 호남에서 문 전 대표를 꺾는다면 2002년 광주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이인제 대세론’을 꺾는 돌풍을 일으킨 ‘노풍’의 재연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상황이라면 충청지역 외에는 우세를 장담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안 지사의 경선 레이스가 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안 지사 측은 호남에 투입되던 캠프 전력을 보강해 야권 지지층의 이탈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安 탄핵 기각 불복에 與 반발

안 지사가 진보 성향 지지층을 의식해 탄핵이 기각될 경우 헌재 결정을 존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여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예’나 ‘아니오’로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각을 상정하지 않는다. 끔찍한 사태다. 헌재가 국회에서 가결한 것을 존중해 주기 바란다”라며 “국민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존중해야죠’라고 하긴 어렵다. 국민의 분노가 사회에서 표현되는 것은 헌법적 권리”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충북 청주 상당)는 2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 지사에 대해 그동안 기대를 갖고 지켜봤는데, 안 지사의 행동이 구태정치로 옮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는 “매우 놀랍고 실망스럽다. 헌재 결정에 대한 조건 없는 승복과 존중은 탄핵 이후 극단적 국론 분열과 대립을 넘어 새로운 통합과 민주헌정질서를 이어가자는 대전제인데, ‘탄핵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 ‘국민적 분노와 상실감은 표현돼야 한다’라고 얘기하는 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뿐’이란 말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안 지사가 ‘선의 발언’으로 소위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지지층 공격을 받자 황급히 말을 바꿔 사과하더니 이제 헌재 심판 결과까지 승복할 수 없다는 지경에 이른 게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공세에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국당은 현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라”고 맞받아쳤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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