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 순경

1920년 인도의 한 숲 속에서 늑대 젖을 먹고 늑대 새끼들과 함께 길러진 2세, 7세의 여자아이들이 발견됐다.

사람들은 두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인간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결국, 인간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10년 안에 모두 죽었다.

2001년에는 아주 어린 아기일 때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10여 마리의 떠돌이 개들과 동굴에서 살아온 11세 소년이 칠레에서 발견됐는데, 이 소년은 발견 당시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례는 사람이 그가 속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아동기 성장환경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즉, 아동기에는 공동체 안에서 생존과 발전에 필요한 생활습관,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규제하는 도덕적 규범들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동기는 꾸준한 신체적, 정신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 아동 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청소년기는 물론 성인이 돼서도 아동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폭력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비율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5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천 부부 토막살해 사건’으로 이 사건의 범인은 평소 부모한테 학대받던 아들이었다. 즉, 세상의 아이들이 사회성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갈지, 야생성을 가진 늑대로 살아가게 될지는 어른들의 책임인 것이다.

아동학대는 일회성의 사회적 범죄가 아니다. 연속적이며 다음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적 범죄다. 그러므로 아동학대가 내 주변에는 없는지, 학대를 받는 아이가 어른들에게 보내는 신호를 무심코 흘려보내지는 않았는지 관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작은 관심이 아동학대로부터 작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 순경 이정훈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