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교수

 

장시조 ‘창 내고자 창을 내고쟈…’ 외
 

창내고자 창을 내고쟈 이내 가슴에 창내고쟈 고모장지 셰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배목걸새 크나큰 쟝도리로 뚱닥바가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쟈

잇다감 하 답답할 제면 여다져 볼까 하노라

창을 내고 싶다 창을 내고 싶다 이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톨쩌귀, 수톨쩌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내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가끔 몹시도 답답할 때면 여닫아볼까 하노라.

얼마나 세상살이가 고달팠으면 가슴에 창을 달아 하소연하고 싶다고 했을까.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 많은 창을 달고 싶다고 했을까. 가슴에 창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나 그렇게 해서라도 답답함을 풀고 싶다는 것이다. 가슴에 창을 달다니 기발한 착상이다. 문학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방법들이다.

짝사랑이었을까 사별이었을까. ‘암돌져귀 수돌져귀, 백목걸쇠’ 등의 사물이나, ‘뚱닥박다’ 등의 행위가 남녀의 그것과 사랑을 은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서러운 일인가.

밋난편 광주 싸리뷔쟝사 쇼대난편 삭녕 닛뷔쟝사 눈경에 거론 님은 뚜닥뚜두려 방망치쟝사 돌호로 가마 홍도깨장사 뷩뷩 도라 물레쟝사 우물젼에 치다라 간댕간댕하다가 워렁충창 풍 빠져 물담복 떠내난 드레곡지쟝사 어듸가 이 얼골 가지고 죠릐쟝사를 못 어드리

한 여인의 남성 편력을 수다스럽고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본남편은 싸리비처럼 거칠고 샛서방은 메벼짚의 잇비처럼 부드럽다. 눈짓으로 꼬여낸 서방은 뚝딱 두드리는 방망이, 도르르 감는 홍두깨, 빙빙 도는 물레이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재주꾼은 두레박 장사다. 우물 앞에 치달아서는 떨어질 듯 간댕간댕하다 그만 워렁충창 풍 빠져 물 담뿍 퍼내는 남다른 재주를 가진 남정네이다. 성행위의 기교를 이렇게 묘사했다.

얼굴이 이 정도면 조리 장사를 못 얻겠는가. 제 얼굴이 제일 줄 안다. 두레박 장사보다 한 수 위인 조리장사는 또 어떤 재주꾼일까. 경험하지 못해 궁금하기는 한가 보다.

농계열의 가곡으로 많은 가집에 채록된 많은 인기를 누렸던 만횡청류의 시조다. 평롱의 대가 되는 언롱은 흥청거리는 곡조로 매우 흥겨운 곡이다. 웃자고 늘어놓은 얘기이나 여성 화자의 썰이 왠지 허전하면서도 쓸쓸하게 느껴진다.

비파야 너난 어이 간되녠듸 앙쥬아리난
힝금한 목을 에후로혀 안고 엄파가튼 손으로 배를 쟈바뜻거든 아니 앙쥬아리랴
아마도 대주소주낙옥반(大珠小珠落玉盤)하기난 너뿐인가 하노라
비파야 너는 어찌 가는 곳마다 앙알거리느냐. 훌쭉한 목을 둘러안고 움파 같은 손으로 배를 잡아 뜯는데 앙알거리지 않을소냐. 아마도 크고 작은 구슬이 옥소반에 떨어지는 소리는 너뿐인가 하노라.

물론 화자는 남성이다. 남녀 간 애정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겉으로는 비파의 모습이나 속뜻은 그렇지 않다. 비파는 여성이요 연주자는 남성이다. 비파를 연주하는 행위는 남자가 여성을 애무하는 형상이다. 비파 소리를 여인의 기쁨의 소리로 은유했다. ‘앙알거리다, 목, 배’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대주소주낙옥반’이 너라고 지칭하고 있지 않은가. 외설적 이야기를 범상치 않은 예술적인 은유의 기법으로 처리했다.

우리말의 보고인 작자 미상의 만횡청류의 장시조들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