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1970년대 말 필자가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던 중소도시에서 새내기 교사시절에 내가 처음 본 모습은 정부의 시책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각 학교 학생들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을 나누어서 선생님들 두세 명씩 짝을 지어 학부모 대상으로 계몽을 다닌 적이 있었다. 20대 후반 젊은나이에 선배 선생님들과 함께 다니면서 선배 선생님들이 주민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대화방법에 대한 경험을 쌓은 적도 있었다.

이때 주민들은 방문 나온 선생님들을 신뢰하면서 정부시책 이외의 개인 집안일들도 함께 상의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어린 나이지만 교사의 길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때는 지역마다 학부모 또는 주민들보다 선생님들이 사회적 경험 및 지식이 풍부해서 지도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교육이 사회를 이끌어가던 시대였다. 이 시기에는 학생, 학부모,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을 갖고 있었으며 선생님들도 비록 모든 환경은 열악할지라도 명예와 자긍심을 갖고 살았었다. 그리고 전통사회의 고유의 인간적인 교육이 잘 이루어졌다. 1990년 초까지가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가지고 한 세대 즉 30년을 갈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전자 혁명으로 인한 반도체 개발과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지식생산 속도의 변화주기가 30년에서 5년 주기로 다시 3년 주기로 이제는 6개월 주기보다 더 빨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하급수적인 지식 팽창은 학교보다 사회가 먼저 받아들이고 발전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운 젊은 엘리트들이 사회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확대 재생산해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에는 구조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사회에서 선생님을 폄하하는 발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1세기 학생이 20세기 교사에게 수업을 받는다.” 선생님들은 그동안 명예와 자긍심으로 지나온 세월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때부터 선생님은 없고 교사, 오로지 가르치는 사람만 존재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즉 사회가 교육을 이끌어 가는 시대로 전환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누구의 잘못 또는 책임질 일도 아니다. 지식의 팽창으로 사회의 다원화가 계속 확장돼 가는 환경에서는 교육이 사회를 이끌어 가기에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선생님은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하고 그리고 맡은 업무 처리하는 일들로 하루하루가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선생님들을 절망하게 하는 일이 있다. 이는 가정교육의 붕괴다. 이전 대가족제도에서 조부모님들과의 대화방법, 부모님들과의 대화 및 공경하는 마음 그리고 동기간의 우애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이런 가정교육에서의 배움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이 수없이 많은 고난에도 잘 견디고 넘어온 것은 이와 같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정신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런 배움이 없는 학생들이 모인 학교사회에서는 부모들이 오로지 내 자식이 누구에게 뒤져서는 안 된다는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조금만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내일이 없는 모습으로 사생결단하는 모습을 학교 주변에서 우리는 볼 수 있다. 더 실소를 금치 못할 블랙코미디는 학교선생님이 체벌을 하면 문제 제기를 하고, 학원 선생님이 체벌을 하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부모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진솔하게 지도할 수 없다고 본다. 인간관계에서 이해관계로 저울질하기 시작하면 진실은 사라지고 가식만 남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이제 교육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사회에서 교육을 보는 관점에서 개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은 해마다 실패의 연속이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투자로는 교육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사회가 너무 거대하게 발전하기 때문에 교육이 사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교육전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과 회기적인 처우개선과 교사들의 권한을 강화하여 자신감을 갖고 학생들을 진솔하게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 우리 교육은 성공할 수 있으며 우리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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