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실질소득 7년만에 감소
식료품 지출 줄고 술·담배 늘어
상·하위 소득격차 더 심해져

사회 전반에서 ‘힘들다’는 말만 가득했던 지난해 아이러니하게도 가계 흑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더 졸라맨 탓이다. 지난해 가계 월평균 실질소득은 7년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고 가계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9만 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36만 1000원으로 전년 대비 0.4%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 80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200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수치상으로 보면 ‘불황’이라는 말이 어색해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팍팍한 살림살이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물가 상승률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0.4% 감소했다. 실질소득 감소는 2009년(-1.5%) 이후 처음이다. 가계 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 역시 통계 작성(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계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건 소득이 늘어서라기보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란 뜻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그늘이다.

지난해 가계에선 먹는 것을 많이 아꼈다. 가구당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월평균 34만 9000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감소폭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반면 술·담배 지출은 늘었다. 술과 담배 가격의 인상도 한몫을 했지만 고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한 수요 증가도 더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부익부빈익빈’은 더 확실해졌다.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 7000원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한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 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폭 또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다.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으로 나눈 값)은 4.48배로 전년(4.22배)보다 커졌다. 양극화가 심해졌단 뜻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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