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갈마동에 사는 서영주(45·여) 씨는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집으로 향할 때 고민은 커진다. 무수한 술집이 눈에 밟히는 탓이다. 혹여나 민망한 모습이 전시된 술집 문구를 볼까봐 황급히 발걸음을 재촉하곤 한다.

아이들은 마음 놓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거나 좋은 것만을 볼 자유가 있다. 법에서도 규정하듯, 아이의 성장에 불필요하거나 유해한 음식점이 아이의 눈에 띄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해업소가 학교 등지에 즐비해 아이의 식생활 안전에 소홀하지 않는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교육환경보호구역 심의이력 정보 현황에 따르면 27일 현재 대전 관내 업소 운영 신청건은 16건이고, 업소 유치 금지를 받은 것은 10건으로 나타났다. 심의이력 정보 제공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하 어린이 식생활법)에 따라 전국 각 시도교육청의 접수 현황을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아이의 식생활을 관리할 때 학교를 기점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5·6조에 따르면 “시장, 구청장은 학교와 해당 학교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m 이내 구역을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수 있고 식품위생법 33조에 따라 소비자식품위생감시 자격을 갖춘 어린이 기호식품 전담관리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호프집과 같은 술집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혼재할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구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된 일정 구역에 술집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아라면서 “술집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호구역에 술집이 있더라도 이를 막거나 강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도 “호프집과 별개로 나이트, 단란주점의 경우는 아이들에게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관리하는 학교정화 구역에 따라 따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리 주체가 법에 따라 다르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환경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학교설립예정지 경계를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m의 이내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해 고시해야 한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영업을 원하는 사업주가 업소를 설치하려면 관할 구역에 있는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업종을 설치할 수 있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업소 운영자가 그간의 이력과 학교 정화구역 근처에 있는 주변인을 대상으로 의견을 받는 등 일종의 심의자료를 작성 후 이를 토대로 매달 1번씩 보호위원회를 열어 업소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소를 규제할 때 아이의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인형뽑기 업소는 사행을 조장하는 오락실로 바뀔 수 있어 학부모들이 많이 반대를 한다”면서도“레고방과 같은 업소는 게임제공업으로 분류해야 할지 모호해 난감한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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