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갈마동 모두 사랑장애인야학
여성 중증장애인 4명 졸업식 열려...

▲ 모두사랑장애인야학 제16회 졸업식이 지난 23일 대전 서구 갈마동 야학 강당에서 열려 참석한 내빈과 졸업생, 재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 일 기자

“올해 졸업식은 갈마동에서의 마지막 졸업식입니다. 우리에게 더 좋은 교육공간이 마련되리라 믿습니다.”

지난 23일 대전 서구 갈마동에 자리한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에선 가슴 먹먹해지는 열여섯 번째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선 초등과정 손순화(39) 씨, 중학과정 문윤희(61) 씨, 고등과정 김순영(49)·이경희(55) 씨 등 4명의 여성 중증장애인들이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만학도인 이들은 각각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에 합격, 더 높은 꿈을 향해 나아가게 돼 내빈들과 재학생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성인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의 올해 졸업식은 다른 해와는 조금 더 특별했다. 2001년 월평동에서 개교한 뒤 둔산동을 거쳐 2005년 갈마동에 정착해 오늘에 이른 야학이 12년간 정들었던 교사(校舍)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무상 임대를 받아 사용해 온 옛 서구의회 건물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할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새 둥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곳을 구하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미인가시설이었던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2015년 10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평생교육법에 의거해 학교 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등록했고, 시와 시교육청으로부터 임대보증금 명목의 지원금을 받게 됐지만 장애인시설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 급격히 커질 경제적 부담으로 새로운 배움터 찾기가 여의치 않다.

오용균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숱한 어려움과 외로움, 고뇌가 있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행복했다”라며 “지금보다 더 좋은 교육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애가 탄다. 하지만 실망보다는 희망을 갖고 노력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졸업식에 함께한 이미자 대전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축사 대신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는 도종환의 시 ‘담쟁이’를 낭송하며 학생들을 격려하고,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이 온갖 장벽을 넘어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기원했다.

권순오 대전시교육청 특수교육담당 장학관은 “올해 모두사랑장애인야학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가슴 벅차다. 사랑과 정성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김영호 국어교사(전 보문고 교사) 등 묵묵히 자원봉사를 하는 전·현직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작은 졸업식이지만 그 어느 학교보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졸업식이다. 16년간 명맥을 이어온 모두사랑장애인야학엔 아무나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다”라며 갈마동 시대를 마감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모두사랑 구성원들을 응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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