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쩝니까. 아무리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이해해야지요.”(조치원읍 시민)

“사전에 협의한 번 없다가 다급하게 공청회를 한다하니… 이해가 안돼요.”(한솔동 시민)

지난달 24일 오후 조치원역 교차로∼효성병원 간 도로현장. 봄날 같은 포근한 날씨 탓에 통행차량과 시민들의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했다. <본보 2월27일자 12면 보도 - 조치원읍 전선지중화, 역 광장 경관조성 졸속행정 피해>

도로는 전선지중화사업이 한창이다, 도로 폭이 좁다보니 중장비와 자재 등으로 인도는 혼잡을 이루고 있다. 석분 등 비산먼지는 인근 건물이나 상가 등에 날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구간은 전통시장과 병원, 식당 등이 몰려 있는 이 지역 최대중심가다. 세종시가 겨울 동안 중단했었던 전기통신선로 지중화 사업을 재개하면서 불편이 뒤따르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이 공사에 이어 통신, 우수관로, 저압전기, 저압통신 등 앞으로도 4회에 걸쳐 파고, 묻는 현실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시민들의 불편과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 것이다. 기자는 후속취재를 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달 27일 시 균형발전국 청춘조치원과 실무자를 만났다.

세종시는 고압전기와 통신, 우수관로 등 각각 공정이 다른 5회의 연속공사에 대해 한전 등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쳤다는 것. 한마디로 조치원읍 구도심은 여건상 ‘공동구’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세종시와 업무대행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는 해당주민에게 불편사항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공사착공 수개월 전 공사과정과 진행에 따른 불편을 당사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협조를 구한 노력 끝에 민원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

지난달 28일 오후 LH 세종특별본부 관계자를 만났다. ‘첫마을 2-3생활권 오수관로 매설공사’와 관련한 취재를 위해서다.

이 공사는 기존오수관로의 용량을 확장하는 사업으로 신도시 1, 2생활권, S-1, 6생활권 일부 지역 등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폐기물처리장으로 유입하는 사업이다. 오수관매설 길이는 1132m로 오는 5월 준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LH는 이 관로 구간에 해당되는 3단지와 6, 7단지 시민들의 반발로 일부 구간은 손도 대지 못하고 하고 있다. 특히 3단지의 경우 아파트 앞 완충녹지를 관통하는 설계로 돼 있어 난항에 부딪혔다.

3단지 아파트시민들은 분진과 소음 등의 우려를 명분으로 완충녹지통과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협의회는 “신도시는 당초 도시계획예상 설계를 하면서 충분히 반영됐어야 한다. 특히 사전에 협의 한 번 없이 공사를 진행하다 이제외서 갑자기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LH관계자는 ‘추진공법’으로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공청회 등 협의를 제안했으나 주민들이 일체 응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하소연을 털어놨다.

착공 수개월 전부터 공청회와 관계자 간 협의를 거쳐 주민들과 함께한 이춘희 세종호의 행정. 집(상가) 앞 도로를 헤집고 묻고를 5회 반복해도 참아주는 성숙한 시민의식.

주민들의 이해한 번 구하지 않고 일방소통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민원이 일자 다급하게 ‘협의’하자는 ‘편의주의 행정. 협의와 불통의 행정이 빚은 두 사례는 선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